[과학이야기]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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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 입주하면 갑자기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심하면 기침이 나고 피부가 가려워지기도 합니다. 평소에 알러지가 심한 편이 아닌 사람들도 유달리 답답해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는 '새집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집증후군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70년대였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1984년 '실내 공기질 조사'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병든 건물 증후군(SBS)'을 공식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새로 짓거나 개·보수를 한 건물의 30% 이상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세는 크게 4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첫째로 목과 기관지에서 감각 과민 현상이 나타나거나 머리가 아프고 때로는 이상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둘째로 어디선가 악취가 나는 듯하다. 셋째로 피곤하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기분이 이어진다. 넷째로 폐와 소화기에서 미약한 통증이 느껴진다.

증세는 비슷했지만 원인은 제각각이었습니다. 공사 자재로 사용했던 물질에서 신경체계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유출된 경우도 있고, 여러 유기물이 공기 중에 많아지면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생물과 곰팡이도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환기 부족'이었습니다. 실내 공기가 오랫동안 정체돼 있으면 유해성분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병든 건물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염물질은 대부분 실내 건축자재에서 방출되지만 그 밖의 요인도 많습니다. 건물 내부의 콘크리트는 라돈(radon, Rn)을, 합판과 단열재는 포름알데히드를, 페인트와 접착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병든 건물 증후군은 해당 장소를 벗어나는 순간 증세가 완화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머무르면 두통, 기침, 가슴 통증, 가려움, 신열, 근육통 등이 '건물 관련 질병(BRI)'으로 불리는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고 건물 관련 질병을 멀리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입니다. 실내 공기가 교체되지 않고 장시간 머무르면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야 하며 요리를 할 때는 렌지 위의 후드를 작동시켜서 미세먼지와 냄새를 내보내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편이 낫지만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모두 걸러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창문이 없는 방은 오래도록 방문을 닫아두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기 전에 '베이크 아웃(bake out)'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창문과 문을 모두 닫되 가구의 서랍과 문짝을 모두 열어놓고 7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시켜 실내기온을 섭씨 35~40도로 유지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가구, 벽지, 바닥재에서 오염물질이 다량 방출되는데 이후 창문을 열어 1시간 동안 환기를 시키고 다시 베이크 아웃을 진행하는 식으로 4~5회 반복하면 됩니다. 주의할 것은 베이크 아웃 과정 중에 건물 내에 있어서는 안 되며 창문을 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나머지 성분들은 생활 중에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서 건물 밖으로 조금씩 배출해야 합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개인용 공기청정기를 놔두어도 계속 순환하는 실내공기를 모두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에 공조기를 항상 작동시켜 강제적으로 공기가 순환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신축이나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는지 규제 항목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제공 : 미래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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