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폴란드에서는 2차대전 중 1천6백여명의 유대인이 농가 헛간에서 불태워진 「예드바브네 학살」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폴란드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60년 가깝도록 공산당정권이 부인해온 학살만행에 대해 머리를 조아리고 공식사과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여든 넷의 황옥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온 뒤 평생 고통의 세월을 살아야했던 그의 마지막은 친지 몇명만이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2차대전의 아픈 과거를 공유하지만 너무도 다르기만 한 이 두 가지 풍경은 최근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와 관련, 뼈아픈 교훈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자신의 역사를 등한시하는 민족은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상처와 모멸감을 재확산시킬 뿐이고 세계평화라는 대의에도 복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분노의 함성이 전국을 진동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측의 그릇된 인식을 철저히 교정시키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있다. 문화개방 및 군사교류 중단 등 강경책이 취해지는 이번 사태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되더라도 일본측의 근본적 자세전환이 없는 한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과거역사에 대한 철저한 현재화작업은 문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중요한 계기가 될것이다. 13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책」을 통해 일본 등 외국 교과서와 교육자료내 한국관련 내용에 대해 지속적이고 근원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상설전담기구 설립을 밝힌 것은 그래서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하다.
 또한 한·일 관계사에서 논쟁이 돼온 내용을 중심으로 학습자료와 지도안등을 개발 보급, 수업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범국민용 교육자료 개발 및 보급키로 한 것도 타당한 조치로 여겨진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동원과 성적학대 기술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여성부가 제출한 「중고교 국사교과서의 일본군위안부 관련 사항에 대한 수정안」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교과서에 반영돼야 할것이다.
 한편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역사인식의 확산도 필수적이다. 이번에 정부도 국제무대 회의석상을 통해 군대위안부 기술삭제, 침략 정당화등 일본의 교과서 왜곡실태를 고발하고 위선적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며 대일압박에 효과적일수 있는 중국, 북한과의 연대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의 올바른 역사 홍보는 단지 이번 사태의 해결에만 유용한 압박용은 아닐 것이다. 나치의 경우처럼 일본의 명백한 과거죄악이 국제사회에서 확고하게 인식된다면 역사왜곡의 시도는 현격히 줄어들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역사왜곡을 주도하는 일본내 보수·강경파 입지를 고립시키는 전략도 강구될 필요가 있다. 역사왜곡 교과서의 채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을 비롯, 일본내 양심·진보세력과의 공감대 형성 및 연대는 결국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방향으로 일본사회를 이끌어갈수 있도록 지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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