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중소기업 '벽' 실감…일자리 뺏길까 걱정도
중소기업중앙회·충북도 주최 '청년공감 리자일자리 FEST'
충북도내 60여개 중소기업 참여 현장면접 진행
대학생·대졸자 참여 저조, 군인·고등학생 북적

10일 청주대 석우체육관에서 열린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의 채용게시대 앞에서 청년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김미정
10일 청주대 석우체육관에서 열린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의 채용게시대 앞에서 청년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중소기업에 입사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면접을 받아보니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이 한달에 180만원 정도네요. 임금이 확실히 낮아서 중소기업에 대한 '벽'을 느낍니다."(청주대 4학년 신희원)

"대한민국에 기업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맞는 인재인가 싶어 회의감이 듭니다. 요즘은 갑질기업, 악질회사가 워낙 많으니까 직장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4차 산업혁명시대, 로봇과 인공지능이 내 일자리를 뺏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충남대 졸업생 박모군)

"대부분 초대졸, 대졸을 원하니까 고졸로 갈 수 있는 회사는 3~4곳밖에 없네요."(청주대성여상 3학년 금예진)

실업자 100만 시대, 최악의 실업률 속에서 10일 청주대 석우체육관에서 열린 충북청년채용박람회를 찾은 청년구직자들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10일 청주대 석우체육관에서 열린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에서 한 청년구직자가 현장면접에 참여하고 있다. / 김미정
10일 청주대 석우체육관에서 열린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에서 한 청년구직자가 현장면접에 참여하고 있다. / 김미정

중소기업중앙회와 충북도가 공동주최한 이날 '2018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에는 충북지역 6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해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하지만 청년구직자들은 일자리 미스매칭을 실감하면서 취업의 막막함을 더욱 체감했다.

지난해 2월 충남대를 졸업한 박 모(26) 군은 면접을 위해 정장차림에 이력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워드 2급, 한자자격검정 3급, 한국사능력검정 1급 등 자격증만 8개에다 각종 수상경력과 활동경력이 화려하다. 하지만 취업을 향한 구애기간이 길어지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박군은 "직장을 선택할 때 기업규모, 복지제도, 회사비전을 눈여겨본다"면서 "오늘 면접을 본 회사 4곳 중에 메타바이오메드가 마음에 드는데 '인사 1명'밖에 뽑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나이 뒤에다 '0'과 '만원'을 붙이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월급이 나온다는데 저는 260만원"이라며 "구직자에게 "취업하려면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데 무조건 눈을 낮추라는 식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행사장 한 벽면에 중소기업을 응원하는 메모들이 붙어있다. / 김미정 
행사장 한 벽면에 중소기업 인식 개선을 위한 메모들이 붙어있다. / 김미정 

홍보 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청년구직자인 대학생과 대졸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구인업체 부스는 좀처럼 활기를 띄지 않았다.

반도체패키지제조업체 옵토팩㈜ 인사담당자는 이날 오전 내내 구직자를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채용분야가 해외마케팅과 반도체 설비로 전문성을 요하다 보니 선뜻 노크하는 구직자가 없었다.

옵토팩㈜ 인사담당자는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바로 채용이 가능한 대학생과 대졸자인데 오늘은 군인, 고등학생이 주를 이뤄 아쉽다"면서 "채용박람회가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대학생과 대졸자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청년채용박람회에는 군복차림의 군인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육·해·공군이 참여해 제대를 앞둔 군인들의 구직활동을 도왔다.
 

10일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에 육군·해군·공군이 참여하면서 제대를 앞둔 군인들이 대거 참석해 군인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 김미정
10일 '청년 공감 리자일자리 FEST'에 육군·해군·공군이 참여하면서 제대를 앞둔 군인들이 대거 참석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 김미정

강릉 18전투비행단 소속 박모 병장은 "어제 희망자를 받아 부대원 50여명과 함께 왔다"면서 "참가요청 공문에서는 1만6천개 기업이 참가한다고 돼있어서 기대했는데 막상 행사가 작고 항공관련 업체가 없어서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교복차림의 고등학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지만, 현장면접 참여자는 많지 않았다.

행사장 한켠에서는 부대행사로 면접 스피치를 위한 보이스 컨설팅, 메이크업 컨설팅, 이력서 무료 사진 촬영 등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취업특강도 마련됐다.

면접 보이스컨설턴트 전재경씨는 "면접에서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중요하다"면서 "문어체는 구어체로 바꾸고, 크고 또박또박하게 어필하고, 웃으면서 말하면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진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채용박람회는 개회식에서 내빈 소개 순서 및 자리배정 등이 기관장 서열 등을 고려하지 않아 관계기관 등이 혼란을 빚었다. 또, 행사 현수막에 후원기관의 명칭이 잘못 표기되는 등 오점을 남겼다.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김미정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김미정
행사 현수막에 후원기관인 충북기업진흥원의 명칭이 '충북지방기업진흥원'으로 잘못 표기되기도 했다. / 김미정
행사 현수막에 후원기관인 충북기업진흥원의 명칭이 '충북지방기업진흥원'으로 잘못 표기되기도 했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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