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권침해 사례 절반이상·스마트폰 테러 '심각'

스승의 날을 하루 앞 둔 14일 청주의 한 화훼전문점에서 카네이션을 판매하고 있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스승의 날 관련 행사는 따로 없고 어버이날 남은 재고를 처리하는 수준이다"고 전하며 "일반학생이 아니라 졸업생이 주 고객층이 되었다"고 말했다/신동빈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사명을 가지고 시작했고, 지금도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본받고 싶은 여러 스승님들이 계셨고, 그분들의 길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스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5월이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교사의 사기는 더욱 떨어지고 살얼음판을 딛는 느낌입니다. 이제 스승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시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희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움츠리게 만드는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어느 교사의 글이다. '스승의 날(5월 15일)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글이 스승의 날 을 앞두고 쏟아지고 있다.

뜻깊은 기념일로 여겨져 왔던 스승의 날이 오히려 교사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다 못해 차라리 없어져야 할 날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17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는 50건에 달했다. 대전은 10건으로 2016년 6건, 충남은 37건으로 2016년 32건에 비해 각각 66.7%와 15.6% 증가했다.

다행히 충북(9건)과 세종(3건)은 전년도보다 각각 2건, 8건 줄었다.
 

교권침해 상담사례 유형별 현황 그라팩 / 한국교총 제공<br>
교권침해 상담사례 유형별 현황 그라팩 / 한국교총 제공

전국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08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204건)과 약 2.5배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교권 침해 중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267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학부모들은 주로 학생지도(115건), 학교폭력(49건), 학교안전사고(30건)에 대한 불만으로 교권을 침해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 일선 교사들은 카메라 촬영과 시도 때도 없이 전달되는 메시지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업무에 과도하게 참견하고, 학교 행정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듯한 일부 학부모의 행태는 교권에 상당 부분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내 한 교사는 "교사와 학부모가 개인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직접 주고받게 되면서 일부 학부모가 교사를 너무 쉽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루는 늦은 시간에 학부모에게 카톡 메시지가 전달돼 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아닌가 하는 급한 마음에 열어봤더니 게임 초대였다"며 허탈해 했다.

도교육청은 교권보호지원센터 운영, 심리상담 등 교권침해 교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충북교육감 예비후보들도 땅에 떨어진 교권을 회복하겠다며 선거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교육계 한 인사는 "학생·학부모의 인식 제고가 우선돼야 교권이 회복된다"며 "교육 현장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조정할 제도와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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