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그간 잘 지내고 있소.
 덧없는 세월의 답답함을 달래 보려고 K형에게 넋두리 한지도 벌써 몇개월이 지났군요.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속에 건강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오. 하긴 돈도 명예도 모두가 몸과 마음이 건강한 다음의것 이라고 K형이 늘 강조 했기에 건강 하리라 믿으오.
 K형. 요즘이 휴가철이라 그런지 그 옛날 철부지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오. 당시만해도 변변한 캠핑 장비가 없어 군용배낭에 담요 그리고 군용반합을 어깨에 울러매고 해수욕장을 가면서 용돈을 아낀답시고 기차를 무임승차하며 무전여행을 한다고 객기를 부리던 그 학창시절 말이오. 참 그때가 그립소.
 여행을 떠나기전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여행계획을 세울때 말이오. 어디로 갈 것인가는 쉽게 결정 했으면서도 몇명이 갈것 인가를 놓고는 서로의 주장이 다르지 않았소. 두명이 단촐하게 가자, 아니다. 세명이 가자. 홀수 인원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가 주고 받던 말이 떠오르면 쓴웃음이 저절로 나오.
 우린 그때 이런 말들을 했던것 같소. 둘이가면 심심하기도 하지만 혹시나 캠핑중 서로가 의견이 다르면 따로따로 행동할 수 있으니 세명이 가야 다수결로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 세명 이상이 가야 하는데 꼭 홀수 인원이라야 두패로 갈라지지 않는다고 했었던 말들 말이오.
 K형.
 참 이상한 것은 우리가 철부지 학창시절 캠핑을 떠나기전에 여린 소심한 마음으로 걱정했던 「패 가름」이 수십년 질곡의 나이테가 둘러진 세월의 연륜 속에서도 우리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소나무의 관솔처럼 더욱 단단해지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소.
 K형, 요즘 돌아가는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쳐다보면 현기증이 나오. 스스로 잘났다는 군상들은 자기 목소리만 높일줄 알지 남의 말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들으려 하지 않고 서로 독설과 괘변으로 물고 뜯으며 온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아 힘없는 민초들은 불안한 마음에 걱정들이 태산이라오.
 정치인들은 관심법과 독심술로 날을 새고 정부와 언론, 언론과 언론, 또다른 이해 집단간, 또는 진보와 보수의 대열에 앞으로 나란히 선 식자들까지도 서로 찢고 뜯고 깨물어대는 이전투구에 눈알이 충혈되어 있는 것이 요즘 우리사회의 현주소요. 더욱이 정치권은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 본후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다」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전부라고 외쳐대는 「코끼리 정치」만 일삼고 있소.
 특히 이처럼 「코끼리 정치」만을 일삼는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들은 완전히 막가파들이오,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으면 치마 하지 못할 일들이요 말들이 아니오. 선량이라는 정치인들의 입속은 아마도 썩은 구정물만 가득찬 듯 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오염되고 부패한 썩은 말들이 누에 똥구멍에서 실나오듯 한단 말이오.
 언젠가, 우리주변에는 정신을 꽁무니에 달고 다니듯 아주 정신없는 놈들이 더 말을 많이해 걱정이라며 혀를 끌끌 차던 K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오.
 K형 참으로 짜증스럽고 험한 세상살이요. 건강이나 주의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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