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곳곳 누비는 '안전 지킴이'…치안 사각지대로 출동!
12년간 꾸준히 방범 활동 벌여…작은 봉사 통해 성취감·책임감 느껴

오후 8시 청주 분평지구대 앞에서 수곡자율방범대원들과 지구대원들이 합동순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동빈
오후 8시 청주 분평지구대 앞에서 수곡자율방범대원들과 지구대원들이 합동순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방범대의 역할은 새벽의 어둠을 빛으로 가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끝없는 치안활동에도 곳곳에 비춰지지 않은 사각지대는 늘 존재하니까요."

지난 10일 오후 8시 분평지구대 앞으로 수곡자율방범대장 김상태(55)씨와 대원들이 모였다. 이날은 수곡자율방범대가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6시간동안 수곡동, 산남동, 분평동, 모충1·2동 등 5개동에 대해 지구대와 합동 순찰을 진행하는 날이다. 대원간의 간략인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김 씨는 순찰 경로와 특이사항 등을 공지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과 여성의 치안과 관련해 세심한 순찰을 당부했다. 순식간에 노을이 어둠으로 바뀌면서 지구대 주변 상가의 간판이 차례로 불을 밝혔다. 김 씨를 중심으로 대원들은 방범복과 야광조끼를 착용하고 경광봉을 손에 쥐었다.

"낮에는 대원들 각자가 맡고 있는 일을 마치고 주로 밤에 모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업무로 피곤에 지쳤을 법도 하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함께 이겨내고 있는거죠."

김 씨는 지난 2007년 수곡자율방범대에 가입해 8년간 부대장 자리를 맡아오다 올해 1월 대장으로 취임했다. 생업에만 신경쓰기도 벅찼을 그가 무보수로 12년간 방범대 생활을 해온 이유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김 씨는 두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합학 무렵 학생들의 탈선 행위를 유난히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혹여나 내 아이도 친구들에 휩쓸리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에서 활동에 동참한 그는 그렇게 자율방범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김 씨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청소년을 계도하는 것을 방범 활동중 가장 신경쓰고 있다. 하지만 뜻과 달리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수곡자율방범대원들이 치안 사각지대를 순찰하고 있다./신동빈
수곡자율방범대원들이 치안 사각지대를 순찰하고 있다./신동빈

 

"몇년 전 공원에서 고등학생들이 술을 마시길래 잘 타일러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중 일부 학생이 대뜸 '경찰도 아니면서 왜그러냐'며 소리치더군요. 도움의 손길이 학생들에게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느끼고 마음이 아팠죠."

김 씨는 순찰 활동 중 경찰이 아님에도 참견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방범복을 착용하면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지만 이마저도 쉽게 수긍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그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된 부분은 없는지 돌아봤다. 자신이 내민 도움의 손길이 와전돼 불쾌감을 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대원들 뿐 아니라 경찰관들에게도 많은 모범이 되고 있다.

"일선 경찰이 해야할 업무의 양은 매우 방대합니다. 때문에 치안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동네. 말만으로도 든든하지 않나요?"

12년째 수곡자율방범대에서 활동하며 주민의 안전을 지켜온 김상태 대장은 "빛이 닿지 않는 치안 사각지대는 늘 존재한다"며 방범대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신동빈
12년째 수곡자율방범대에서 활동하며 주민의 안전을 지켜온 김상태 대장은 "빛이 닿지 않는 치안 사각지대는 늘 존재한다"며 방범대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신동빈

 

지역내 자율방범대장은 낮 시간에도 방범활동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지역 치안에 눈을 뜨고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 씨는 야간순찰 이외에도 협력단체 등과 매주 정기적인 협약과 회의를 진행하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동사무소에서 지역치안문제에 관한 회의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장으로서 업무가 많다보니 직장에 다니던 김 씨는 보다 주도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에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던 중 3년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게차 운영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부대장으로 활동했던 8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대장으로 취임한 그는 새로운 역할의 봉사를 이어갈 수 있게돼 마냥 기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김 씨는 야간순찰을 마치고 다음날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전날의 활동 경로에 이상은 없었는지 자체 점검까지 나설 정도로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끝으로 그는 낮이든 밤이든 계속해서 지역내 치안 사각지대의 어둠을 밝히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순찰 활동을 벌인다고 해서 방범대원들이 결코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대원들은 누군가의 옆집 아저씨이기도 하고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이기도 하죠. 한 명의 주민으로서 작은 관심을 통해 이웃 사람들과 안전하고 따뜻한 동네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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