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세먼지로 가득한 청주도심 / 신동빈
미세먼지로 가득한 청주도심 / 신동빈

최근 몇 년 새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안요소는 많다. 북핵문제도 있고 불황으로 인한 생활난과 고령화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미세먼지였다.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인 '에어포칼립스'라는 말이 나 올만큼 미세먼지가 실생활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추측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통계가 말해준다. 어제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3천839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대한 불안 수준을 측정한 결과, 가장 높은 항목은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으로 점수는 3.46점이었다. 이는 경기침체 및 저성장(3.38점),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3.31점), 수질오염(3.29점), 성인병·실업 및 빈곤(각 3.27점), 북한의 위협 및 북핵 문제·노후(각 3.26점)보다 높은 수치다.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가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또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달 들어 한낮에는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따뜻한 날씨에도 거리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에어포칼립스는 베이징의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를 빗댄 말이지만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다.

최근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강화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WHO, 미국, 일본보다 기준이 낮았다. 그만큼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새 미세먼지가 우리 생활 속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로 중국을 탓하기는 하지만 미세먼지는 중국발과 국내발 모두 상당량을 차지하며 그 원인을 쪼개보면 훨씬 더 다양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장, 경유차, 화력발전소, 쓰레기 소각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정당·후보마다 미세먼지 공약을 쏟아낼 만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발등의 불이 됐다.

실례로 충북 청주는 '맑은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기오염의 온상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6차례의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렸다. 전국 16개 시·도 39개 권역 중 세 번째로 많았다. 공업도시라고 할 수없는 청주에 미세먼지가 많은 것은 중국발 황사와 자동차 배출가스도 있지만 폐기물처리업체의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오죽하면 '맘카페'등에 "신랑 이직하는 날만 기다려요. 이런 곳에선 살기 싫어요"라는 댓글을 올릴 정도다.

미세먼지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 감축량보다 중국의 감축량이 많다는 국제 보고서가 나올 만큼 중국도 대기오염 저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다.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서라도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숨쉬는 것 조차 걱정할 정도라면 삶의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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