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서리/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조선의 마음이여.김남주 시인의 「옛 마을을 지나며」구절이다.오늘이 24절기중 입동이다.바야흐로 겨울의 문턱이요, 시작이다.동양에서는 입동후3개월(음력 10∼12월)를 겨울이라 한다.찬서리는 내리고 집 한쪽 감나무 끝엔 까치밥만이 남아 호올로 외로운 때가 입동이다.일순간 몰아치는 바람은 짧았던 가을의 끝임을 알리고 벌써 긴 겨울이 시작됨을 고한다.이때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고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을 돌린다.농가에서는 꽉 찬 배추를 얻기 위해 배추 묶기에 들어가고 서리에 약한 무는 뽑아 구덩이를 파고 저장한다.월동 동물들은 동면 준비를 하고 푸르게 자라나던 풀이며 무성하던 나무들은 왕성한 자람을 멈추고 잎을 떨군 채 겨울 채비에 들어간다.입동은 천지만물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시기다.마침 오늘이 수능 시험일이다.이상하리만큼 「수능일=입시한파」가 공식화돼 버렸다.영하 1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다.입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당초 21일로 정했던 수능 일을 2주일 앞당겨 오늘로 정했건만 또다시 추위앞에 떨게 됐다.입시 부담에 마음이 춥고 추운 날씨로 몸도 움추리게 됐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하느님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자 이를 시샘해 수능시험일에 추위를 내려 보내는 것이다」라는 우스갯 소리도 만들어 냈다.하여튼 수능에 춥고, 날씨에 추운 날이다.도내 2만1백68명 수험생들의 건투를 빈다.그리고 이날 이후부터 길고 고통스런 겨울이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한 봄날이 찾아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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