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운동장·복도 출입 사실상 금해

대전 A초등학교가 지난 10일 장학사 방문시 교사들에게 전달한 학생지도 내용이다.

[중부매일 김강중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가 장학사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점심시간 학생들에게 운동장, 복도 등 금족령을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타시도의 경우 교육감도 학생과 교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학교를 비공개 방문하는 점에 비춰보면 권위적인 '장학사 시찰' 이란 지적이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산하 A초등학교는 이 학교 교사들에게 이같은 문서(5월 10일자)로 지시했다. 이 문서에는 '동부 다원 행복 장학 세부 일정 안내'란 제목으로 '점심식사 후 교실에 앉아 책읽기 지도, 오후 12시 40분부터는 복도에서 돌아다니지 않기'를 지도하라는 내용이다. 

때문에 점심시간 뒤 운동장에서 놀던 이 학교 학생 500여 명은 교실에 발이 묶였다. 5교시 수업을 앞둔 오후 12시 40분부터 복도에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

이날은 대전 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 한 명이 이 학교를 방문했다. B장학사가 이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다원(모두가 원하는) 행복 장학' 차원에서 오후 1시 10분부터 40분 간 25개 전체 학급에서 벌이는 교사 공개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찾은 것.

A초등학교가 작성한 문서에는 10가지 유의 사항도 담았다. 

지시내용을 보면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바꾸어 놓기, 커튼은 제일 위쪽 창문까지 내리기, 작은 화분은 앞에 끝 화분은 뒤에 놓기, 실내화 가방의 손잡이 부분을 안쪽에 넣기, '칠복이'와 지시봉 사용 및 준비하기' 등을 환기했다.

장학사 방문을 앞두고 이런 지시를 내린 학교는 A초등학교만이 아니다. 대전의 C초등학교도 비슷한 내용을 교사들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A초등학교 한 교사는 "군대 정훈교육 시키듯 장학사가 훈시하러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어 학생들의 점심시간에 놀 시간까지 빼앗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런 훈육식 지시야말로 교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창의 수업과 학생들의 창조성을 없애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A초등학교 교감은 "해당 내용은 공개수업을 앞두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수업하기 위한 것이었고 지시가 아니라 안내였다"면서 "교장과 교감이 장학사에게 잘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장학사도 손님이니까 준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대전지부는 "해당 학교는 언론에 제보한 내부고발 교사를 색출하려는 비열한 움직임이 있다"면서 "교육청은 재발방지를 위해 진상을 밝히고, 해당 학교 관리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