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대부분의 정당에서 후보자들을 공천해서 본선만 남겨놓고 있다.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잘 보이는 큰 건물에 큼지막하게 잘 만든 플래카드를 게시하고, 출퇴근시간에 길거리에서 인사를 하거나 각종 모임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생업을 뒤로 한 채 지역을 위해 쓰임 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퍽 감동적이다. 평소에 거의 활동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평소에 지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봉사해 오던 이들이다. 각종 지역행사에 발 벗고 나서서 심부름꾼 역할을 하거나, 주민자치에 적극 참여하거나, 또는 시민단체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훌륭하다. 그런 이들이 시민의 대표로서 지역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선거운동이 얼마나 고달픈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평소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을 알려야 하고, 정당의 공천도 받아야 한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챙기는 마음이 없으면 못할 일이다. 지역의 각종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인들의 애경사도 잘 챙겨야 한다. 존재를 알리기 위해 지역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홍보도 해야 한다. 그 뿐 아니다. 소속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으려면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위해 평소 그 지역구 관리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그의 선거에 임해서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도와야 한다. 자신과 소속정당을 돕기 위한 권리당원 확보에도 열성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선거에 임해서는 지역실정을 꾀어 뚫고 이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서 홍보해야 한다. 당선된 이후에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이다. 이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니,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혹 선거과정에서 실수로 선거법을 위반하게 되면, 세계적으로 엄격하기 짝이 없는 관련법에 의해 선거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법정에 넘겨지는 경우도 있다. 당선 이후에도 선거법위반행위가 발각되는 경우 당선이 무효 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지 않던가. 그것이 경쟁자로부터의 문제제기도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른 내부고발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으니, 선거캠프 내외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싫든 좋든 만나서 손 한 번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아무리 유명인사라 해도 선거권자와 개인적으로 얼굴이라도 한 번 마주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천양지차다. 그러니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 순간부터 선거 끝날 때까지 수개24시간 당선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이런 중압감 속에서도 지역을 위해 헌신봉사 하겠다고 얼굴이 새카맣게 타도록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또 선거방송이나 인터뷰에 응하며 땀 흘리는 저들에게 어찌 존경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이렇게 힘들게 선거운동 하고 있는 후보들이 다 당선되어 개인적인 성취감은 물론 지역 이웃을 위해 헌신할 수 있기를 응원하지만, 경쟁자들이 있으니 어쩌랴. 아무튼 선거과정에서 페어플레이를 벌이기 바란다. 자신과 정책을 알리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과장행위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경쟁자를 이기려 하지 말라. 경쟁자들을 음해하는 비윤리적 행동을 유권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본인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나아가 실현성 없는 구호성 정책으로 주민들을 현혹하지 말라. 이에 넘어갈 사람은 거의 없다. 같이 성장한 친구나 고향의 친지·이웃들에게 평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자신의 영달만 추구해 오다가, 마지막으로 고향에 봉사하겠다며 선거에 임박해 몇 달간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눈도장이나 찍고서 당선되려는 이가 혹 있다면, 당연 낙선감이다. 시민들은 품격과 실력, 헌신하는 마음을 갖춘 이가 단체장도 되고 지방의원도 되기를 원한다. 이번에 입후보한 이들이 모두 훌륭해 보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적임자가 선출되어 꿈과 희망을 주는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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