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은 대개 왕릉이나 부장품(副葬品)이 많은 후장자(厚葬者)의 무덤이 대상이 되며 이러한 예는 이미 기원전의 기록에서 나타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들의 시신이 있는 피라미드에 교묘한 미로(迷路)를 만들어 놓았어도 도굴꾼들이 이를 알아내 부장품을 도굴했다. 역대 파라오들은 도굴의 방지에 부심했는데 BC 16세기 투트메스 1세는 1700년 전부터 계속되었던 피라미드의 조영(造營)을 단념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산골짜기 암굴에 은밀하게 왕의 시신을 매장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이마저 소용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후기 1868년(고종 5) 독일인 E.오페르트가 대원군의 생부 남연군(南延君)의 묘를 파헤치려다 미수에 그친 남연군 분묘도굴사건은 특히 유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도굴꾼들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우산촌 남쪽 고구려 국내성터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고구려 삼실총과 지안 시내에서 압록강을 따라 북동쪽으로 60리 정도 떨어져 있는 장천1호분 무덤 안에 있는 벽화를 떼내간 사실이 뒤늦게 얼마전에야 국내에 알려져 충격을 안겨줬다. 그런데 최근 그 도난당한 벽화 일부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 밝혀져 당시의 국내 유입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중국쪽의 고구려벽화가 수난을 받는 것과는 달리 북한의 고구려벽화는 철저한 보존으로 내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예정이란다. 정부와 문화재청은 용맹무쌍했던 고구려의 영화가 도굴꾼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그 흔적이 국내에까지 유입된 것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 등 국외 문화재전담부서를 두고 효과적인 관리 보존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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