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 우리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펄쩍 뛸 것이다. 10여년전 프랑스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져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그들의 비위를 건드린바 있다. 체형이나 얼굴색깔 등이 모두 다른데 그럴리가 있냐는 반박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런 학설은 점차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인류의 발생기원설은 대략 두가지로 압축된다. 그 하나는 인류의 발생이 아프리카라는 「단일지역 기원설」이고 여기에 상충되는 또 하나의 학설은 인류가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여 자체적으로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이다.
 「노아의 방주형」으로 일컬어지는 단일지역 기원설은 1988년 캐벌리에 의해 제기됐고 미 버클리대학의 윌슨 교수 등이 유전학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람의 유전물질 가운데는 미토콘드리아 핵산이라는게 있는데 이 유전물질은 오직 여성에게만 전해진다. 윌슨교수는 여기에 착안하여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호주 등지의 여성 1백50명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 DNA를 찾은 결과 아프리카 여성이 다른지역의 여성들보다 가장 오랜 인종적 뿌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하나의 증거는 인류의 오랜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치오피아의 하다르 계곡에서 발견된, 일명 「루시」라고 불리는 2백50만년전의「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나 탄자니아 올드바이 유적에서 발견된 여러점의 인류화석은 인류의 출발점을 몸으로 말해준다.
 「루시」는 남자가 아닌 여자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류의 화석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다. 두개골은 물론 몸전체가 거의 완벽할 만큼 남아 있는 화석이다. 「루시」의 발견은 70년대 세계 고고학계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을 만한 일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인류는 지금부터 약 10만년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아시아로 방랑의 길을 떠났다. 국경도 비자도 필요없는 자유의 트래킹이다. 그 여행이 수십만년 계속되다 보니까 기후, 환경에 적응하고 또 유전자 교환을 거치면서 백인종으로, 황인종으로 모습을 바꾸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시건대의 윌 포프교수 등은 이를 반대한다. 「촛대형」으로 불리는 다지역 기원설은 다소 쇠퇴하기는 하였지만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류의 발상지가 아프리카냐 아니면 여러 대륙에 있느냐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런 이유인지 인류역사 최고의 화석 「루시」는 여전히 사랑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한동안 「내사랑 루시(I love Rucy)」라는 TV 드라마가 꽤 인기를 모았었다.
 미스월드 선발대회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의 흑인여성이 왕관을 썼다. 각 매스컴들이 이를 앞다퉈 보도했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한 아름다움의 기준이적용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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