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복섬 제천의림여중 수석교사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 16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가운데 청주 상당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 16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가운데 청주 상당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사건, 사고가 늘 일어나긴 하지만 교사인 나에게 2017년은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 연기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해보다 컸던 해였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안전교육이나 대피훈련이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것은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때문에 지난 2월 다녀온 도쿄 린카이 광역 방재공원 내에 있는 소나에리아 도쿄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소나에리아 도쿄는 인간이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버틸 수 있는 72시간동안 진도 7의 지진현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나에리아에 입장하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테블릿이 한 대 씩 지급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진도 7의 지진상황이 펼쳐진다. 엘리베이터를 탈출해서 비상구를 찾아 안전지대로 대피했지만 고층 빌딩이 무너지고 있어서 테블릿을 보고 지도상의 안전지역으로 대피해야 한다.

또한 지진으로 인한 화재와 건물 붕괴, 전기 가스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알아야 할 내용을 퀴즈로 풀고 정답이 나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봉지로 임시 화장실이나 어깨 보호대 등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보게 하고, 72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생존물품이 자신의 집에 있는지 체크하도록 한다. 나도 돌아오자마자 72시간 생존에 필요한 몇 가지 물품을 준비해 두었다.

소나에리아 도쿄에 머물렀던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한데 그 곳에서 알게 된 내용이 내 생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수업도 매순간 아이들의 삶과 연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함께 한 아이들에게 몹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복섬 제천의림여중 수석교사
이복섬 제천의림여중 수석교사

교과 내용을 아이들이 재미있고 쉽게 배우게 하느라 단원별로 내용별로 수업 디자인을 했지만 "아이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시켜 볼까"란 고민은 사실 별로 한 적이 없었고, 외국어 과목의 특성을 운운하며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재미있게 쉽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르쳤던 내용을 아이들은 잘 배웠다고 생각할까?, 자신들의 삶 속에서 어느 한 자락이라도 떠 올려나 볼까?' 라는 반성과 함께 2018학년도를 시작하면서 수업의 중심을 아이들의 삶에 연계를 두었다.

예를 들면 간단한 일본어 인사말을 배우지만 인사말 배우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사가 우리 생활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사에 대한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 나누기, 고민나누기를 짝, 모둠, 전체 활동으로 확장해 가고 다시 일본어 인사말 익히기로 진행하는 식이다. 일본어 교과를 다른 교과 영역과 연계해서 수업을 디자인 해보니 수업이 앎에서만 그치지 않고 삶 속으로 들어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가고 있다. 내 수업이 아이들의 삶과 늘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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