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모종을 해야지
비가 오면 모종을 해야지
  • 중부매일
  • 승인 2018.05.1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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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농촌마다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의 대청호 옆 밭에서 한 농부가 요즘 보기 힘든 소 쟁기질을 하고 있다. / 김용수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농촌마다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의 대청호 옆 밭에서 한 농부가 요즘 보기 힘든 소 쟁기질을 하고 있다. / 김용수

해거름에 비가 그치면서 방아다리 들판에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뜬다. 모종을 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든다. 쟁기가 갈아엎으며 지나가니 이랑이 생기고, 열 가락 쇠스랑이 쓸어주니 봉긋하고 부드러운 두둑이 되어 맨손으로 구멍을 파도 물밴 보드라운 흙감에 모종이 편하게 자리를 잡는다. 엊그제 잘라서 뿌리내린 고구마 싹, 고소한 들 참깨 모, 돌 때 쓸 수수 모, 밥맛 돋우는 고추 모, 가지 모에 오이와 참외 수박과 호박 모, 토마토와 조롱박 모도 심겨진다. 더러는 산새들의 먹이가 되게 콩팥과 동부와 옥수수는 씨앗으로 숨겨놓는다. 내일이나 모레는 유지나 비닐을 씌워줘야지.

때맞춰 심었으니 싹도 잘 틀 것이고, 뿌리도 실하게 뻗으며, 줄기도 굵고 튼튼하게 올라올 것이고, 벌어진 가지엔 잎도 무성할 것이다. 이젠 이놈들이 알알이 틈실한 열매 맺도록 북주고 거름 주며 김매고 손때 묻히며 사랑노래에 할머니 전설 실어 전해주면 자식농사는 받아놓은 수라상이 될 것이다. 모든 자식들 다 이렇게 키우니 세상의 곳곳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알뜰살뜰히 조화를 이룬다. 잡초로, 기둥으로, 그늘로, 햇볕으로, 바람으로, 거름으로, 소금으로, 가랑비로, 촛불과 지팡이로, 부처와 예수로, 우산이 되고, 이불이 되어 모든 것 포근히 감싸며 더불어 잘 엉긴다.

이런 게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소망이요, 가르침의 희망이요, 땀의 꿈이다. 이는 쉼 없이 자식에서 손자로, 증고현손에서도 보이지 않는 종점을 찾아 내일도 모레도 끝없이 이어질 일이다. 그러니 자식농사도 평생교육처럼 삶이 끝나야 매듭을 짓게 되니 부모는 가히 사람 만드는 일의 대가에 손색이 없으리라. 비록 학교 문턱은 넘어보진 못했어도, 일상에서의 체험과 실천으로 바르고 옳은 것과 더 좋아지고 좀 더 나아질 것을 찾아 몸으로 마음으로 머리와 가슴에 콕콕 박히도록 일러주니 그 자식이 어찌 옆길로 샐 것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꾼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이의 자녀들이 잘(人間) 되면 개천의 용이라며 입술에 침을 바른다. 무식한 이는 결코 그걸 바라고 키우진 않았을 텐데.

해마다 이맘때면 낳아서 잘 키워주신 것에 고마워하고, 사람답게 사는 도리를 일깨워준 이에 감사하는 자리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결코 이런 대접 받으려고 허리띠 졸라매고 땀 흘리며 밤을 지 샌 게 아니라 그저 부모 된 도리와 가르침의 본보기를 몸과 마음으로 보여준 것뿐인데.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사람다운 사람. 저절로 만들어지던가? 누구의 도움으로 만들어 지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갈고 닦고 구르면서 깎이고 상처받아 썩으면서 아물고 다듬어지는 것인가? 악의 수렁에서 삶을 포기한 이를 살려낸 이나 출생을 부정하고 세상을 미워하는 이를 성자로 탈바꿈시킨 이들이 있어 새로운 희망의 길은 오늘도 밝혀지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들에게 성(聖)을 붙여주는 가보다. 요즘 우리의 교육이 세계의 이목과 관심의 전통에서 이탈하여 크게 망가지고(革新)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전통에서 숙련된 20세기의 사람 만드는 방식이 어찌 21C의 치수에 꼭 맞겠는가! 정말로 걱정이 된다면 중심 잡아 땅 심 올리고 토질 개량하여 부실한 씨앗도 욕심나는 모종이 되도록 사랑과 정성에 소망을 담아보자. 비가 오면 꼭 모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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