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눈꽃 처럼 흩날리는 휴일 등산길. 조금은 찬바람 속에 낙엽을 밞으며 가을의 끝자락 정취를 느끼고 있을때 등 뒤에서 『여보게 젊은이들 같이 동행하세』하며 70대 중반을 넘긴 노인이 함께 했다.
 산이 좋아 우암산 자락에서 수십년째 살면서 전국의 내노라 하는 명산은 거의 모두 다녔으며 건강에는 등산 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등산 예찬론」을 시작으로 삶에 대한 이야기 끝에 정치 이야기로 이어졌다.
 전직이 공무원이라는 이 70대 중반의 노인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한다」는 교육정책에 따른 교원 수급문제와 교원 정년연장등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공방에 대해 『한마디로 우리 교육정책은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해 그렇다』며『정책을 세울때는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일선 공직자들이 이런 통계를 무시하고 있어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노인은 또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는 것이 뭐가 그렇게 급한 것이기에 선생도 없고 교실도 없는 현실에서 교육정책으로 내놓아 교육계를 들쑤셔 놓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제반 여건도 갖추지 못한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무조건 선진국 처럼 시행 하려는 것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과 같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교육여건이나 현실은 「뱁새」에 불과한데 「황새」격인 선진국의 교육여건이나 현실만을 무조건 흉내 내려 한다면 이는 제힘에 겨운 일을 억지로 하다가는 도리어 화를 당하고 만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다.
 국민의 정부 출범후 각분야에서 개혁이 추진되었고 아직도 추진중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999년 1월.
 지금은 흘러간 옛노래가 되었지만 당시만해도 정부와 여당의 애창곡이었던 「DJP 공조」의 화음에 따라 민주당은 자민련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원 사격속에 교육공무원들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 했다. 이에따라 4만여명의 교사들이 교단을 떠났다.
 이같은 교육공무원들의 정년 단축은 「교단의 고령화」를 걱정하던 대다수의 학부모들로 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교원 정년단축은 뒤이은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인다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교원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또다른 혼란을 가져왔다.
 이와중에 지난 21일에는 지난 10월의 재·보선으로 「다수의 힘」을 자랑하게된 한나라당과 「DJP 공조」란 애창곡을 버린 자민련의 변신에 따라 교원 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 했다.
 그러나 시행된지 3년도 안된 교육정책을 민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다수의 힘」으로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교원 정년연장의 법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당내에서도 자중지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선 교사들도 한나라당이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에 냉소를 보내고 있는 현실속에서 정치권의 오락가락 하는 교육정책에 모두가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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