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월, 전쟁 실상 알리는 사진 스튜디오서 연출
모더니즘 미술 근대성.허구 재배치 재현예술 선봬

Jeff Wall-Dead Troops Talk (a vision after an ambush of a Red Army Patrol, near Moqor, Afghanistan, winter 1986)-transparency in lightbox-228.92x416.88cm. 1992
Jeff Wall-Dead Troops Talk (a vision after an ambush of a Red Army Patrol, near Moqor, Afghanistan, winter 1986)-transparency in lightbox-228.92x416.88cm. 1992

필자는 디지털 사진의 특징들 중의 하나를 '조작(manipulation)'으로 본다. 필자가 오늘 중부매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작품은 제프 월(Jeff Wall)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Dead Troops Talk'(1992)이다. 2005년 필자가 스위스 아트 바젤(Art Basel)을 방문했을 때 바젤 근교에 위치한 샤우라거 미술관(Schaulager museum)에서 제프 월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했었다. 당시 필자는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를 처음 보았다. 

필자는 그의 사진을 보고 압도당했다. 왜냐하면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사진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거대한 사진은 전장의 참혹한 모습을 고발하는 장면을 찍은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마치 군사들이 매복해 있는 곳에 포탄이 떨어져 터져서 사상자와 부상자들이 널려져 있는 장면처럼 보였다.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를테면 그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전쟁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말이다.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는 201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666,500달러(약 42억 914만원)에 낙찰되었다. 와이? 왜 매복 참상장면을 찍은 사진 한 장이 43억에 달하는 가치를 부여받은 것일까? 머시라? 월의 사진이 '포토샵이 존재하지 않은 1986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합성사진'이기 때문이 아니냐고요?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뭬야?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그랬다고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는 '세계 최초의 합성사진'은 아니다. 중부매일 독자 여러분은 이미 아시지만 오래된 합성사진의 사례로 무려 30장의 네거티브 필름을 합성하여 제작한 레일런드(Oscar G. Rejlander)의 '인생의 갈림길(Two Ways of Life)'(1857)을 들 수 있겠다. 기억나시죠?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레일런드의 '인생의 갈림길'을 "오늘날 디지털사진의 '불씨'라고 할 수 있겠다"고 중얼거렸다.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는 1986년이 아니라 1992년에 제작된 것이다. 아마도 1986년은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의 부제(매복 뒤의 소련 정찰군 모습, 아프카니스탄의 모코르 근처, 1986년 겨울)를 보고 제작년도로 착각한 것 같다. 제프 월은 1986년 겨울 아프카니스탄을 방문한 적이 없다. 더욱이 그는 종군사진기자도 아니다. 네?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가 어떻게 촬영된 것이냐고요?

제프 월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는 어느 신문에 실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사진을 모델로 삼아 작업한 일종의 '연출사진'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1986년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아프카니스탄의 모코르 근처의 매복 참상장면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이다. 월은 사진을 촬영하기위해 배우들 섭외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 마치 영화촬영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세트장도 만들었다. 

그런데 제프 월은 '죽은 군대는 말한다'를 사진도, 영화도, 회화도, 광고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사진이면서, 영화이고, 광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은 영화와 회화 그리고 광고의 요소들을 접목시킨 사진작품이라고 말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촬영감독으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촬영뿐만 아니라 무대장치를 계획하고, 배우를 캐스팅하고, 대본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출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프 월은 카메라, 렌즈, 필름, 조명 등과 아울러 카메라 앵글, 거리, 이동과 같은 기술적인 면과 이미지의 구성과 형식, 색감, 음영, 움직임 등을 고려하여 촬영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네마토그래피(cinematography)'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죽은 군대는 말한다'는 영화적 요소뿐만 아니라 연극과 퍼포먼스 그리고 사진의 특징들도 혼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네마토그래피'를 확장한 것이 아닌가?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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