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요즘 우리사회는 각종 대형 의혹과 비리 사건등으로 얼룩져 올해는 정말로 다사다난 하다 못해 암울한 긴 터널 속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듯한 심정이다.
 마지막 남은 한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참으로 세월은 빠르구나 하는 것을 새삼느끼는 것은 아마도 기자만이 같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잡다한 세상살이 속에서 일상에 매달리며 힘겹게 살아온 한해이기 때문일까. 올해의 연말은 더욱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더욱이 이미 한 줌의 흙으로 변했을 「수지金」의 억울한 영혼이 우리의 세밑을 맴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수지金」 그녀는 여간첩으로 몰려 14년전인 1987년 홍콩에서 이미 목숨을 잃었었다.
 그러나 「진실은 말하기 어렵다」고 했던가. 그녀가 숨진후 14년이 지난후 경찰은 「수지金」은 간첩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에 의해 피살 되었다는 진정을 받고 내사에 착수 했으나 지난해 2월 돌연 내사중단과 함께 관련서류를 국가정보원으로 넘겼다.
 이후 수지金 피살사건 진상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 우리나라의 수사·정보기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어 그 귀추가 자못 주목되고 있다.
 기자가 이들 수사 정보기관들의 신경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 관계자들이 그 누구 보다도 수사와 정보 분야에서는 엘리트들이며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인데도 불과 2년도 채 안된 지난해 2월의 이야기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이들의 「네탓」이란 기억력의 한계를 보는듯 해 그렇다.
 지난해 2월 경찰의 내사중단 이유를 놓고 김승일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은 『지난해 2월 이무영 경찰청장을 찾아가 「수지金 사건은 살인사건」이라고 알렸으며 내사 중단을 요청 하지는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반대로 이무영 전 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지난해 국정원이 수지金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검찰이 수지金 전 남편인 尹씨를 기소한 직후 金 전국장이 「이미 사망한 엄익준 국정원 2차장이 전화를 걸어 처리한 것으로 하자」는 제의를 했다』고 받아쳤다는 보도는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이같은 보도를 접하며 진정 이같은 「네탓」시비로 사회를 혼란 스럽게하는 것이 수사와 정보기관의 최고위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난해 2월에 있었다는 대화 내용에 대한 그들의 기억력이 고작 이정도라면 이는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있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진정 위대함은 잊는 데 있는 것이다.(E.허버드)」.
 이를 입증 이라도 하듯 서로 다른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한때 군사정권 아래에서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사건을 간첩사건으로 둔갑시켜 발표하고 범인을 보호 감시해 왔다 하더라도 이제는 사건의 진실을 과감하게 밝히고 억울하게 숨진 수지金의 영혼을 달래고 그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관계자들은 노력해야 한다.
 진실과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모두 다시한번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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