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하여 여·야간에 첨예한 대립을 가져오며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검창총장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표결한 탄핵안은 한나라당+무소속·민국당 투표 이후 민주당의 감표(監票)위원 불참으로 투표함이 봉인되고 자동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같은 탄핵안 처리 과정은 국회에서 표결을 끝냈는데도 상대당 감표위원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표가 유보된 사례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헌정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관련해 이어지는 각 정당들의 「말」들이 또한번 우리 국회의 현주소를 증명해 보이고 있어 이들이 과연 국민의 대표들이며 민주정치를 표방하는 정당들인가 의심케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변인은 『변절과 줄타기로 정치생명을 연장해 왔던 JP의 추한 모습이 이번에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며 『JP는 스스로 국민과 역사의 배신자로 낙인 찍히길 자초했다』고 일갈했다.
 이에대한 자민련대변인의 반박은 이랬다. 한마디로 『저질 폭설험구(暴說險口)』라고.
 민주당측은 감표위원의 불참과 관련『감표는 권리이지, 의무가 아닌 만큼 내고 안 내고는 우리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허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를 다 한 자만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것 아닌가. 의무에는 소홀하면서 권리만을 내세운다면 이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어찌됐건 이들에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리당략만이 있을 뿐이며 이날 국회는 국민들의 「믿음」을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한강의 맑은물을 영양분으로 자라고 있는 우리의 국회라는 민주주의의 나무는 엔제쯤이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모두 찍혀 불에 던져진다고 했는데.
 지금으로부터 3백46년전인 1655년.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소집된 「성자의회(聖者議會)」의 해산을 선언하는 연설에서 올리버 크롬월(영국의 호국경)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나무들의 그늘 속에선 무성하게 자라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로 그러한 나무들의 그늘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것들도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무엇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가를 말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나라의 선량한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고 구질구질한 불화를 화해 시킴으로써, 자비와 진리가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도록 평화와 질서를 위하여 마음을 쓰는 대신, 여러분들의 그늘 속에서 무성하게 자란 것은 잡풀이나 쐐기풀 입니다. 엉컹퀴나 가시풀 입니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나라의 평화에 적대되는 모든 것. 나라안의 모든 불평과 불만들 ―그런 것들을 엉컹퀴나 가시풀에 비유함을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들의 그늘 속에서 무성하게 자란 것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라고.
 오늘 우리 국회의 자화상을 보면서 3백46년전 영국이 「성자의회」를 해산하면서 했다는 연설내용이 주는 교훈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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