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문화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비록 강제적 조치에 힘입은 것이라고는 하나 안전벨트 미착용을 집중단속하면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술 좋아하는 민족이다 보니 여전히 음주운전은 근절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충남지방경찰청이 지난 11월 한달동안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3천84명이 적발됐는데 이중 1천5백33명이 면허정지되고 1천5백51명이 면허취소 처분됐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단속을 하고 있는데도 하루 1백명 이상이 적발됐다는 것이다. 한정된 경찰인력과 한정된 적발 시간대를 감안한다면 정작 매일 술먹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수는 이보다 몇 배, 몇 십배에 이를 것이다. 실로 등줄기가 서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를 직업별로 볼 때 가장 많은 것이 회사원으로 36.3%였고, 그 다음이 상업 20.4%였다. 연령면에서는 30~40대가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이같은 수치는 대부분의 음주운전자들이 사업이나 직장일의 연장선상에서 술을 먹었다는 짐작을 가능케한다. 여전히 술이 중간에 오고가지 않으면 사업도 어렵고 승진이나 버텨내기도 어려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확인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또한 적발된 여성운전자가 전체의 5%에 불과했던 것은 최근 여성 음주운전자가 부쩍 늘었다고는 해도 백분율로 볼때 아직 새발의 피라는 사실도 일러준다.
 이제 음주운전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구차한 느낌이 들 정도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참한 비극을 강조하는 공익광고가 계속되고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에서는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계속할 만큼 음주운전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악습 중의 악습이다.
 무엇보다도 음주운전이 무서운 것은 그 피해가 음주운전 당사자에서 머물지 않는다는데 있다. 예전 모내기하면서 이웃들과 나누었던 막걸리의 주독은 흥건히 취한 농부를 논두렁에 고꾸라지게 하는 걸로만 그쳤지만 자동차 천만가구 시대를 훌쩍 넘어선 지금은 그 피해의 확산정도를 누구라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술 좋아하는 우리네들은 음주운전에 대해 여전히 너무나 관대하다. 술 먹는 자리인줄 뻔히 알면서 고집스레 차를 끌고 가고, 「음주면허」 운운하며 잔을 재촉하는 어리석음도 문제지만, 그같은 행동을 철저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주변사람들도 비극의 원인제공이란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송구영신을 핑계로 한 다양한 모임들이 이어질 것이다. 연중 가장 많은 음주운전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발생이 우려되는 마(魔)의 연말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되도록 술 힘을 빌지 않고 한 해를 보내고 맞는 것이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더라도 음주운전만은 피할 일이다. 술 먹고 운전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어떤 누구라도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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