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사업장'서 자라는 청년 장애인들의 삶과 희망
구성원 101명 중 91%가 중증장애…취약계층 자립 지원
반도체클린룸 방진류 세탁부터 기술익혀 제조까지 목표
사회적 책임 첫 기업형 사례 눈길…가족초청 영화관람도

행복모아(주)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이 반도체 클린룸에서 사용하는 방진복과 방진모, 장갑을 분리하고 있다. 이렇게 분류된 방진류는 세탁 후 건조한 뒤 포장과 검수 과정을 거쳐 SK하이닉스에 납품된다. / SK하이닉스 제공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장애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 자립을 돕자. 장애물 없는 최고의 편의시설을 제공하자.' SK하이닉스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행복모아㈜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청주시 흥덕구 화계동 74. 고용 장애인만 101명, 그 가운데 91%가 중증장애인이다. 올해 연말까지 50명 이상의 장애인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다. 이곳에 입사한 구성원들은 행복모아㈜를 '행복을 모으는 꿈의 사업장'이라고 소개했다. / 편집자


# 사회적 가치 실현

행복모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가치 창출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업을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행복모아㈜ 조상욱 대표이사는 10일 열린 준공식에서 "장애인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까지 포괄하는 사회적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술 전수와 전문성을 강화해 장애인 경력 개발과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행복모아㈜의 중장기 목표다.

행복모아 직원들이 세탁한 방진복을 건조한 뒤 포장과 검수를 하고 있다. 작업이 끝난 세탁물은 SK하이닉스에 납품된다. / SK하이닉스 제공
행복모아 직원들이 세탁한 방진복을 건조한 뒤 포장과 검수를 하고 있다. 작업이 끝난 세탁물은 SK하이닉스에 납품된다. / SK하이닉스 제공

행복모아㈜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모두 101명. 경증장애인은 9명 뿐이고 91%에 달하는 92명이 중증장애인이다.

6월이면 10명의 장애인이 추가 고용될 예정이다. 연말까지 목표는 150명 이상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매년 10명 이상의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고용할 계획이다.

이익보다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행복모아㈜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한 대표적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또한 관심을 모은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행복모아㈜의 구성원들은 SK하이닉스에서 사용하는 반도체 클린룸의 방진류를 세탁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방진복과 방진모, 방진화 등을 회수해 분류·세탁하고 건조한 뒤 포장과 검수 과정을 거쳐 납품하고 있다. 올해 초 공장이 완공되면서 1월에 이미 SK하이닉스 청주3캠퍼스 방진류 납품을 개시했다.

1단계가 방진류 세탁이라면 다음 목표는 방진류 제조다. 기술 전수를 통해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강화되면 2단계 목표로 방진류 제조에 나설 계획이다. 방진복과 가운, 토시, 앞치마 등 부자재를 제조하고 수선도 할 방침이다.

최종 목표는 클린룸 부자재 유통이다. 장갑류와 와이퍼류, 마스크류 및 기타 클린용품류를 유통해 지속가능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꿈의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SK하이닉스가 가장 많이 정성을 쏟은 분야는 사업장 시설이었다.

조상욱 대표이사는 "무재해 안전 사업장과 일하기 좋은 장애인 사업장 등 행복모아㈜는 SCS(Safe, Car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회적 취약계층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도와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 장애물 없는 최우수 시설

청주시 흥덕구 화계동 74. 고용 장애인만 101명, 그 가운데 91%가 중증장애인인 SK하이닉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가 5월 10일 준공식을 열었다. / 김정미<br>
청주시 흥덕구 화계동 74. 고용 장애인만 101명, 그 가운데 91%가 중증장애인인 SK하이닉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가 5월 10일 준공식을 열었다. / 김정미

중증장애인들이 위험 없이, 장애물 없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난 3월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BF(Barrier Free)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중에서는 최초였다.

아들이 취업한 회사를 직접 휠체어를 타고 둘러봤던 어머니 김태순씨는 "아이의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그동안 걱정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며 "행복모아가 우리 가족에게 웃음을 찾아줬다"고 감사해 했다.

준공식 당일 행복모아를 찾았던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행복모아가 출범하면서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며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상징이자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성공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최광철 SK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은 "뉴 SK 원년으로 삼은 올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델이 나와 기쁘다"며 "더 많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사회적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행복모아가 작지만 의미있는 씨앗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장애인사원과 가족을 초청해 영화를 관람했다. 이른바 '행복모아 가족 MOVIE DAY'.

'꿈을 꾸는 것 같다' '행복을 모으는 사업장이다'라는 평가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꿈은 현실이 됐고, 삶은 풍요로워지고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제도= 출자지분이 50%를 넘고 직원의 30%(중증장애인 비율 5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를 운영하면 고용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기업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2008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장애 딛고 일어선 작은 어른…"엄마, 저 취업했어요"

[인터뷰] 행복모아 새내기 직장인, 스무살 성민씨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성민씨가 어머니 김태순씨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용수<br>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성민씨가 어머니 김태순씨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용수

"행복모아㈜가 첫 직장이면서 마지막 직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첫 출근 후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건넨 말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올해 스무살 성년이 된 이성민씨. 발달장애가 있는 성민씨는 지난해 11월 행복모아㈜ 직원이 됐다.

오래 서 있을 수도 무거운 물건을 들 수도 없는 장애를 가졌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했다.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어머니 김태순씨는 사업장을 둘러보고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환경. 꿈만 같았다.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어요.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에 안심했고, 무엇보다 아이가 만족해서 기뻤어요."

어머니는 아들의 대학 진학을 바랐지만, 마음이 먼저 자란 아들은 일찍부터 취업을 선언했다. 경제적 자립과 독립은 가정 형편상 불가피한 것이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는 어머니와 누나. 세 가족이 함께 살기엔 아파트 공간이 비좁았다. 꿈을 이루고 싶다는 바람도 컸다.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일을 갖게 되면서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하루 4시간의 근로, 반복되는 재활치료에 지칠 법도 한데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틈틈이 적금을 넣고, 어머니께 용돈도 드리고 있다.

'스승의 날'에는 누나가 생일 선물로 사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도 했다. 어머니는 몸이 약해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성민씨는 여전히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돈 벌어서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싶어요. 운전면허 따서 엄마 모시고 자동차 여행도 하고, 친구와 세계일주도 할 겁니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스무살 성민씨의 꿈도 함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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