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4.16. /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4.16. / 뉴시스

'일자리'문제가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현안이 됐다. 경제정책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동시에 최근 고용충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우리나라 고용둔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고용쇼크라는 위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52시간 근로를 조기에 도입한 300인 미만 사업장에 현행 월 80만원인 신규채용 지원금액을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지원기간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을 제시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자리를 잡으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103만 명의 장시간 노동자들의 평균노동시간이 주 평균 6.9시간 감소할 것"이라며 "14만~1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획대로 된다면 103만 명의 장시간 근로자가 모두 52시간만 일하면서 일자리가 약 14만개가 더 생기고,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으로 맞추면 일자리가 최대 17만7천여 개가 더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그에 따른 기업의 자금부담을 정부지원으로 해소하겠다는 계산이다. 정부의 고민이 담겨있는 지원대책은 얼핏 보면 그럴듯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계획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체가 따라줘야 가능하지만 사업현장에선 추가채용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근로자를 추가채용하려면 인건비가 대폭 상승한다. 이 때문에 근로 강도를 높이거나 인력 재배치 또는 효율화를 통해 추가 신규 채용을 최대한 절제하겠다는 기업이 많다. 실제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4월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37.1%가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규채용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차라리 탄력근로제 확대로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완화해달라고 요구(54.5%)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금의 재원도 논란을 빚고 있다. 향후 5년간 고용보험기금에서 4700억 원을 꺼내 쓰겠다는 것인데 이 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내는 돈으로 조성하는데 주로 실업급여등에 쓰인다. 노사가 모든 돈이 정부 쌈짓돈이냐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면 환영할 만 하지만 기업은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인력을 줄이는 곳이 많을 것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농축산업도 첨단장비를 활용해 인력을 감축하는 시대에 근로시간 단축은 신규인력 창출은 커 녕 오히려 인력감축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 벌써부터 일부 노선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건설업계도 불만이 터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정부의 18만개 신규일자리 창출논리가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화되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처럼 우려했던 부작용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 할 수 있다. 정부는 귀를 활짝 열고 산업현장의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유연근로제 도입등 후속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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