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4년 흘렀지만 첫눈에 반한 '그 느낌 그대로'
군대복무중 교제...주고받은 편지 지금까지 간직
남편 퇴임맞춰 가족문집 선물 버킷리스트 이뤄
아내 위해 생일상 차려주려 복지관서 요리배워
버팀목·안방같은 존재...크루즈 세계여행 목표

올해로 결혼 한지 44년이 되는 박재인·김용선 부부는 68세 동갑내기이다. 사회생활을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키워가는 금술 좋기로 소문난 부부는 오늘도 행복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박재인! 이름만 듣고 이름만 불러봐도 든든합니다.

함께라서, 부부라서 행복해요.(김용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같이!(박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의 부부의 날(5월 21일), 결혼 44년차의 박재인(68)·김용선(68·청주시 개신동) 부부는 변함없이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다. 평범하면서도 달달한, 서로 닮아가는 원숙한 사랑이다.

"첫눈에 '예뻤어요'. 포용력이 있어서 좋았어요. 살아보니 '첫 눈'에 본 거랑 똑같아요.(박)"

"성품이 착하고 진실돼 보여서 이 사람이구나 생각했죠.(김)"

첫눈에 서로 마음에 들었다. 부부는 친척 소개로 만났다. 보은과 옥천이 고향인 부부는 23살에 만나 24살에 결혼했다. 둘을 이어준 사랑의 메신저는 '손 편지'였다.

"대학 다니다 군대 있을 때 교제를 해서 우린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그때 주고받았던 편지를 지금도 다 갖고 있어요.(박)" 글솜씨가 남달랐던 아내는 마음을 담은 편지로 남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2003년 '한맥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2016년에는 가족문집을 냈다.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책이자, 인생 1막을 마친 남편에게 주는 '선물'이다.

"제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중에 남편 퇴임에 맞춰서 가족문집을 선물로 주자고 정했죠. 책을 만드는 데에만 꼬박 2년이 걸렸어요.(김)"

'함께라서 행복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68년간 남편이 살아온 모습과 업적, 가족들이 살아온 모습들, 서로 주고받은 손편지 등을 담았다.

"가족문집을 만들면서 우리 부부가 참 열심히 잘 살았구나, 남편을 더 사랑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김)"

"아내에게 고맙죠. 내가 살아온 과정들, 사진들, 칼럼들이 다 책 속에 있으니까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어요.(박)"

박씨는 26년간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로 근무하다 2016년 2월 퇴직했다. 지금은 '충북생명의숲' 대표, 백두대간연구소 이사장, 숲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아내 김씨는 결혼전 7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지금은 수필가이자 서양화가, 극단 늘품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제2인생을 살고 있다. 가족문집 표지그림도 아내가 그렸다.

남편은 아내를 "당신", 아내는 남편을 "자기"라고 부른다.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존재이자 가장 필요한 존재다.

"남편은 저한테 '버팀목'이죠. 저는 그 큰 나무 아래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것 같아요.(김)"

"아내는 저에게 '안방' 같은 존재에요. 안방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이자 살아갈 힘과 에너지를 얻는 공간이잖아요.(박)"

가장 힘들었던 적은 서로 떨어져 지냈을 때였다. 가장 힘들었을 때 서로의 존재감을,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다.

"셋째 임신하고 입덧이 심할 때였는데 남편이 독일로 연수를 간 거예요. 혼자 셋째를 뱃속에서 키우고, 출산하고, 애들 셋 키우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혼자 많이 울었죠. 16개월만에 공항에서 남편을 만나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 나는 남편이 없으면 안되겠구나 느꼈죠.(김)"

박씨는 아내를 위해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충청북도노인복지관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아내 생일이 7월 25일인데 미역국 끓이고 아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랑 갈비찜이랑 해서 내손으로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어요. 결혼하고 44년간 아내가 해주는 밥을 얻어먹었는데 앞으로는 내가 해주고 싶어요. 맛있게 해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선을 다해보려고요.(박)"

결혼 44년차 부부가 생각하는 '부부'란 어떤 모습일까.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파도도 만나고, 비바람도 만나고, 맑은 날도 만나고. 서로 도와가면서 헤쳐나가는 거죠.(박)"

"부부는 '일심동체'죠. 우린 엄청 싸우는데 10분도 안되서 다 풀려요. 부부는 맞춰가는 거라고 생각해요.(김)"

부부의 버킷리스트에는 '크루즈 세계여행 하기'가 남아있다. 한 평생 한 배를 탄 박재인·김용선 부부의 인생 항해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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