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수석연구위원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홀에서 열린 '문화비전 2030 및 새 예술정책 발표' 간담회에서 멋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18.05.15. / 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홀에서 열린 '문화비전 2030 및 새 예술정책 발표' 간담회에서 멋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18.05.15. / 뉴시스

블라디미르 두딘체프(Vladimir Dudintsev,1918~1998)라는 반체제 문학가는 과거 구소련에서 관료주의적이고 모순된 사회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아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소설을 펴내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해빙기문학의 상징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소설이다. 뜬금없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소설을 떠올린 이유는 최근에 발표된 '문화비전 2030 : 사람이 있는 문화'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문화비전 2030은 문재인정부 출범직후 수립하기 시작하여 최근에 완성한 대한민국 문화정책 비전이다. 이 정책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제까지 중장기 문화정책이 공급자 중심의 행정주도로 수립되었지만 이번엔 수요자 중심의 민간주도로 의제를 선정해 수립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전에 효율경쟁 중심의 사회경제적 욕구단계 넘어 지금 우리사회가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중되는 공감공유 중심의 사회문화적 갈증에 직면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표현은 하나의 완성된 문장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이 남겨져 있어 많은 함축적 의미를 가진다. 즉 빵만으로 살 수 없다면 정작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한데, 바로 문화적 삶을 함께 누리고 공유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문화비전 2030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문화적 삶의 향유와 쉼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동질성과 다양성을 느끼고 인간적 냄새를 풍기는 공동체적인 삶에 공감하며 행복해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껏 문화영역을 상업·경제적 수단과 도구정도로만 여겨 경제·기계적 동물로 전락한 삶을 살아오는 동안 인간적 공동체문화 가치를 상실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문화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은 본능적 욕구인 배를 채우면 그만이나 인간은 이런 욕구가 채워져도 문화적 생활을 누리지 못하면 행복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예전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경제적·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여유로운 삶의 행복가치를 느끼는 현대인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과학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지만 정작 대중속의 고독감과 단절된 소외감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되고 있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이런 현실 속에서 '문화비전 2030'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이라는 시대적 가치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문화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중요한 정책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문화 실현을 위한 비전정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이를 지역적으로 녹여내어 충북공간에서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미래충북문화에 대한 새로운 물꼬를 터나가야 한다. 특히, 충북사람들은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은 가장 낮은 수준이고, 문화적 삶의 향유도 타 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새로운 민선7기 출범을 앞둔 지역리더는 충북공간에서의 삶이 행복하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안목과 리더십이 절대 필요하다. '문화비전 2030'에서는 개인의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의 창의성 확산을 3대 가치와 정책추진 방향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자율성 측면에서는 개인의 문화권리 확대, 문화예술인과 종사자의 지위와 권리보장, 성평등 문화실현을, 다양성에서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확산,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조성, 지역문화분권 실현을, 그리고 창의성에서는 문화자원의 융합역량 강화,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확대,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혁신 등의 9대 의제 실현을 위해 37개 주요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민선7기 충북도와 각 지자체장들은 이런 의제와 과제를 중심으로 충북문화의 새로운 물꼬를 제대로 터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충북지역에서의 삶이 보다 행복하고,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충북지역의 공동체적 문화가치와 정체성이 발현되도록 조속히 새로운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