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16. / 뉴시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16. / 뉴시스

이른바 '두루킹'사건으로 불리는 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댓글조작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애초 검경이 엄정하고 투명한 자세로 수사에 착수했다면 특검까지 갈 이유가 없었다. 댓글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검찰과 경찰이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0여일이 지나도록 전모(全貌)가 밝혀지기는 커 녕 검경의 미온적인 태도로 관련 당사자들의 증거를 인멸할 시간만 흘러가고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두루킹 김모씨와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김경수 전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결백을 주장하며 경남지사에 출마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두루킹 사건을 어물 쩡 덮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특검의 국회통과가 의미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성역(聖域)없이 의혹을 파헤칠 수 있는지 여부에 특검의 성패가 달렸다.

이번 두루킹 사건은 각종 의혹이 난마(亂麻)처럼 얽혀있지만 두가지 핵심적인 내용은 규명돼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드루킹 일당이 작년 대선 전부터 불법 댓글조작을 했는지, 그 과정에 김경수 전 의원 등 정치권이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는 이들이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기사 9만 건에 댓글작업을 한 정황을 확인, 이들이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 댓글 여론조작을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김 전 의원은 대선 전인 2016년 11월부터 약 1년간 드루킹에게 메신저로 기사 인터넷 주소(URL) 10건을 보냈고 "홍보해주세요"(김 의원), "처리하겠습니다"(드루킹)라는 대화를 주고받는 등 두 사람 간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된 상태다. 무엇보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해 대선 이전에 두루킹을 네차례 만난사실이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특검은 두루킹과 정권의 커넥션을 의심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조작으로 대선과정에서 수혜를 받았다며 임기 내내 시달렸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기소된 것도 댓글 조작 사건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관여했다면 죄 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두루킹 사건도 국가기관이 한 일은 아니지만 인터넷여론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킨 사건의 본질은 다를 바 없다.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여론조작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 것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 행위다. 이런 중대한 범죄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적당히 넘어간다면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과 지방선거에도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번 특검은 87명으로 구성돼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특검 규모보다도 올바른 선거문화와 선거제도를 지키기 위해 책임감과 의지를 갖고 진상을 파헤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는 정권도, 인터넷 여론조작이 판치는 나라도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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