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초윤 청주 서경초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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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서경초 선생님들과 독서 동아리 모임을 하고 있다. 독서에 관심이 있는 몇몇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읽은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눈다. 책을 읽고 감동 깊은 구절이나 느낀 점, 논의거리, 질문 등을 생성해 비경쟁 독서 토론 방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모임이다.

책은 누구나 읽는다. 나 역시 책을 가까이 두고 틈나는 대로 읽고자 한다. 책을 읽고 명문을 옮겨 적기도 하고 나름대로 독서록을 작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서로 다른 선생님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은 혼자서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와 의미를 준다. 또한 여러 측면에서 더 넓고 깊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교사 독서 모임을 하면서 좋은 점을 들라면, 첫째, 읽을 도서 목록을 함께 고민하고 고르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책을 잡게 되면 으레 소설류나 미술 관련 서적을 고르게 되는데 함께 책을 고르면 책에 대한 편중 없이 고르게 읽게 된다. 독서 모임이 아니면 결코 잡지 않을 과학도서나 어려운 철학책도 교사 독서 동아리 모임이기에 읽게 된다.

둘째, 토의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 같은 대목이나 상황에 대해 선생님들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다양한 경험과 각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성하기도 한다.

셋째, 독서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읽어야 토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메모하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가지게 된다.

넷째, 심층적인 독서 활동이 가능하다. 단순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읽고 메모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등 책을 소화시키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주제의 확장과 현실적인 연결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독서 토론은 단순히 책과 관련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경험들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고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된다.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이야기를 통해 다채로운 빛깔로 다시 피어난다.

마지막으로 내 자신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성찰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시로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위에 같은 여러 장점들 때문에 책 읽기 모임은 놓치고 싶지 않은 모임이 됐다.

김초윤 청주 서경초 수석교사
김초윤 청주 서경초 수석교사

지난 달에 우리가 읽고 토의했던 책은 '로봇 시대, 인간의 일'(구본권, 어크로스) 이었다. 4차 혁명의 시대에 무섭게 변해가는 시대적 상황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로봇 시대가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에서 부터 각자가 읽거나 들었던 로봇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결국 토론의 뒷부분은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가로 이어졌다. 로봇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로봇과는 구별되는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인 창의성, 인성 즉, 인간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로봇화가 될수록 인성 교육 특히 경청, 공감, 배려, 소통, 협력이라는 인간만이 가질 수 능력을 강화할 때 로봇 시대를 대처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들로 키울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로봇을 만들고 활용할 아이들이 로봇을 '인류를 위한 선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성 및 도덕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뻔한 결론 같지만 치열한 토론과 토의 과정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우리 아이들을 걱정하면서 내린 결론이기에 토론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결론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육과 아이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야말로 진정 교사를 성장하게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다음 모임에서 토론한 책은 '평균의 종말'(토드 로스, 21세기북스)이다. 벌써부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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