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pixabay
pixabay

새벽안개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찬란하다. 청주 강서 2동에 위치한 문암 마을은 뒷동산에서 산꿩이 짖고, 뻐꾸기와 꾀꼬리가 울어대는 평화와 자비가 넘치는 곳이다. 작은 키에 얼굴이 검은 여인은 봉사 정신을 타고났다. 한밤중에 잠이 깨이면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긴다는 여인은 경로당을 자기 집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경로당 청소를 해놓고 쓰레기를 태우는 당번이다. 그는 TV를 틀고 기독교 방송을 보거나 휴식처로 더없이 좋은 공간이여서 행복하다고 한다.

초저녁에 한숨 달게 자고나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는 작은 여인은 TV를 마음대로 틀지 못하게 하는 남편 탓으로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겼다고 했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여인은 방송국이란 별명을 가졌다. 먹을거리가 있으면 마을 사람을 경로당으로 불러 들여 함께 즐기고 1반(웃말) 2반( 중간말) 3반(아랫말) 할 것 없이 뉴스를 전한다.

골목마다 빠알간 장미꽃이 피어나고 아카시 향기가 마을을 누비고 다니는 마을에 오늘도 작은 여인은 경로당에 교회에서 빵이 한보따리 왔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과 심지어는 논두렁에서 일하는 분까지 갖다 주는 친절이 넘치는 정 많은 작은 여인이 있어서 좋다. 요즈음 남북의 정상들이 평화 통일을 기원 하며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작은 여인은 이야깃거리가 풍성해 졌다. 까치내 힐링 농장에서 효 잔치가 열리고, 모. 식당 주인이 경로잔치를 한다며 마음 따뜻한 뉴스를 전하기 바쁘기만 하다.

사람은 성격대로 한세상 살다 간다는 말이 있다. 모나지 않게 둥굴게 둥굴게 마치 바닷가에 몽돌처럼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고 사는 여인에게는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 여기저기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효孝 잔치가 열리고 있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보면 선거철이라 입구부터 두 줄로 늘어선 후보자들이 인사를 하며 명함을 준다.

그러나 작은 여인은 후보자들에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수시로 드나 들며 뉴스를 전하는 경로당에 작은 여인이 없으면 "아주" 조용하다. 정부에서 냉 난방비와 운영비를 지원 해주고 여기저기서 후원을 아끼지 않아서 늘 훈훈하다. 항상 고마워요 감사해요. 잘 먹었습니다. 덕분입니다. 형님 아우님 하며 지낸다. 고스톱을 치면서 10원 짜리에 목숨 건듯 때로는 티격태격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지만 그래야 사람 사는 맛이 있지 늘 평화롭기만 하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한 달이면 구구 팔팔 강사와 치매 예방 강사가 오시는데 아가들처럼 도리도리 짝자꿍 박수치며 율동하는 모습이 순진무구하기만 하다. 마음은 청춘이건만 껍데기인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인생은 일장춘몽이요, 황금같은 봄날이 언제이었던가. 어- 하다 보니 70이고 망구 나이에 이르렀다는 분들이다. 요즈음 반별로 일주일씩 돌려 가며 밥을 해 먹는다. 만원만 내면 한 달 급식이 무료다.

고맙고 감사한마음이 태산 같다는 어르신들은 행복과 감사로 흥건히 젖어 있다. 석양의 노을이 겁나게 아름다운 우리 마을에 조금 있으면 황혼이 내려앉으면 들판에서는 개구리들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고향의 찬가를 부를 것이다. 음정박자 틀리는 법 없이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건 말건 주어진 몫의 합창이 연주 될 것이다. 5월은 가고 있다. 기쁘고 슬픈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흐르고 있다. 어디선가 어미 없는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울고 있지는 않는가. 주변을 돌아 봐야 할 5월은 그렇게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