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철만 되면 설해대책 미흡이니 늑장대응이니 해서 자치단체가 동네북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래도 새벽잠을 포기하고 나서는 일선 공무원들 덕분에 큰 눈에도 도시전체가 마비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큰 길 안쪽의 골목길과 산동네들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로 햇볕이 부족하기 쉬운데다 책임지고 나서서 치우는 이들이 없다보니 정상적으로 소통되는 큰 길과는 달리 빙판길이 오랫동안 녹지않아 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큰 눈이 내리게 되면 산동네 사는 이들이나 대로변에서 좀 떨어진 외진 지역에 사는 이들은 이중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걷기 불편한 것도 힘들지만 택시들도 위험하다면서 골목에 들어서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얼마전 내린 눈으로 적잖이 정형외과를 찾았던 낙상사고 환자, 골절환자들도 주로 이런 이면도로, 주택단지와 골목길에서 사고를 당했다. 특히 보행이 완전치 못한 어린이나 노인환자들의 피해가 많아 겨우내 주의가 요구된다. 초보운전자나 겨울철 운전에 서툰 이들에게도 골목길은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니 언제나 긴장해야 사고를 면할 수 있다.
 지난해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벌이기도 했던 내 집 앞 눈치우기 운동은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되고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차치하고라도 각자의 집 앞 눈만이라도 치운다면 빙판길 낙상사고와 교통사고의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집 앞 눈치우기가 운동 구호로까지 등장한 것은 변화된 세태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각자 제 집 앞 눈을 알아서 치우고 살았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싸리비로 앞 마당과 대문 앞을 쓸었고 겨울철에는 집집마다 하나쯤 있던 넉가래로 옆 집 앞 눈까지 치웠었다. 그러니 그 때는 제 집 앞 눈을 치우자고 목청높일 일이 없었다. 누가 뭐라고 부추기지 않아도 옆 집 눈까지 치우는 공동체적 정서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철 빙판길에서 빈발하는 교통사고나 낙상사고는 이 같은 공동체적 정서와 삶의 방식을 되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관리를 대행시키는 아파트 등 공동주거단지에서도 현재의 인력으로는 겨울철 눈치우기를 효과적으로 해낼 수 없는 만큼 주민들 스스로 나서서 집 주변을 치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보통 10층 이상 높이로 지어진 아파트들은 햇볕을 차단하게 돼 아파트 주변 도로를 겨울철 내내 빙판길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아파트 부녀회나 자치회 등에서 지혜를 모아 공동출입구나 주변 도로가 빙판으로 변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얼핏 하찮아 보일 수 있는 내 집 앞 눈치우기를 통해 우리는 적지 않은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내 집 현관과 대문 안에 국한됐던 삶의 반경이 그 너머까지 확장될테니 공동체적 정서의 회복이라는 가외의 소득 또한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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