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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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는 1인 가구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 불리는 곳에서 사는 나홀로 청년들이 과도한 임대료 부담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다. 청년빈곤 때문에 삭막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노인들은 어떨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 이상은 노후준비 부족으로 일하고 있고 이 중 대부분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활기차게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청년들도, 젊은 시절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이제 인생의 황혼을 안락하게 보내야할 노인들도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런 여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삶의 질' 향상은 남의 얘기다.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자료는 우리사회의 청년·노인 문제가 구조적인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보사연이 발표한 '청년층 빈곤 및 주거실태와 정책과제'는 1인 청년가구의 곤궁한 삶을 드러내고 있다. 2016년 청년 단독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0% 이상'이 37.0%였다. 1인 가구 청년 셋 중 한명은 힘들게 벌어서 월세를 내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옥고에 살면서 월세부담에 짖 눌리는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인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보사연이 최근 1만299명을 대상으로 벌인 노인실태조사 결과, 30.9%가 현재 일을 하고 있었다. 용돈을 마련(11.5%)하거나 건강유지(6%)를 위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계비를 마련(73%)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2014년 7월에 소득하위 65세 이상 노인 70%에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는 등 공적 노후소득 지원을 강화하면서 2008년 85.9%에 달했던 생계형 노동비율이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고령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현실에서 30%에 달하는 노인들이 먹고 살기위해 일터에 나가는 모습에서 안정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현 정부에선 이 같은 현상이 해소되기는 커 녕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청년실업률은 11% 안팎으로 사상 최고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이 98%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70%에도 밑돌고 있다. 그나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대신 절망을 토로하는 이유다. 저소득층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노인빈곤이 걱정된다. 은퇴이후 삶이 피폐해지면서 빈곤층으로 추락해 '노후난민, 하류노인, 노인파산'이라는 신조어가 양산되고 있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청년층들이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로 기록될지 모른다.

물론 정부가 어떤 정책에 포인트를 맞추느냐에 따라 세대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는 만큼 간단히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를 획복 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빈곤의 수렁 속에 빠지는 청년층과 노인층이 증가할 수도 있다. 경제정책이 잘못됐으면 빨라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 옳다. 청년들이 좌절하는 사회, 노인들이 불행한 나라에서 희망을 찾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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