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편 살해 배우자 구인광고 보고 3개월 동거 후 혼인신고
외도 의심에 인격모독 '갈등' 위자료 거절에 범행
버스 도주·도보 이동...대중교통기사 신고로 덜미

지난 20일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주택에서 A(76)씨가 숨진 채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안성수
지난 20일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주택에서 A(76)씨가 숨진 채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안성수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배우자 구인광고로 맺어진 노년의 결혼이 혼인신고 20여 일만에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비운의 결말로 끝이 났다.

청주흥덕경찰서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아내 B(56·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7일 오후 11시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주택에서 남편 B(76)씨를 흉기로 3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A씨는 생활정보지에 낸 배우자 구인광고를 보고 B씨와 만나 3개월 가량 동거생활을 한 뒤 지난달 25일 혼인 신고를 했다.

A씨는 경찰에 "혼인신고를 한 뒤 B씨로부터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자신을 의심했다"며 "수차례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들으면서 무시를 당해왔다"고 진술했다.

결국 A씨는 B씨와의 갈등 끝에 이혼을 조건으로 위자료 1억원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A씨는 술을 마신 뒤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화를 못참고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증평, 괴산으로 이동한 뒤 차를 버리고 시외버스를 이용해 음성으로 도주했다.

특히 A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위주로 하루에 20㎞가량을 도보로 이동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만을 사용하며 수사망을 피하려는 치밀함도 보였다.

대전과 계룡을 거쳐 지난 21일 논산에 도착한 A씨는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체포 직전까지 식당에서 일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중교통 기사들의 신고를 통해 A씨는 결국 경찰 수사 일주일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는 경찰에 "경찰에 잡힐까 불안해서 돌아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이동 추적이 가능한 휴대전화나 차량을 이용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따랐다"며 "1천개가 넘는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A씨의 도주 경로를 추적해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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