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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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의 임금인상률이 놀랍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7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천309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 공기업보다 보수를 배 가까이 더 올린 것이다. 이 정도면 '신의 직장' 정도가 아니라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다. 정부의 반시장적 경제정책 실험으로 하위 10%에 달하는 취약계층의 연소득이 1천만 원 안팎으로 줄어들었다는 최근 통계청 조사결과를 감안하면 금융공기업은 상당수 국민이 고통을 겪던 말 던 '우리 몫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이기주의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젊은이들에게 연봉이 높은 공기업 입사가 '로망'이 된지 오래됐지만 공기업의 평균연봉은 금융공기업에 비해 초라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지난 3년간 보수격차가 커지면서 금융공기업 직원의 평균 보수가 같은 시점 361개 전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직원의 평균 보수인 6천707만원보다 38.8% 많았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급여인상률을 보면 금융공기업은 9.7%로 일반 공기업의 5.5% 대비 배 가까이 높았다. 이는 정부의 견제로 보수가 줄어들었던 2014년 이후 벌어지는 현상이다. 4년 전에도 금융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사회 문제화됐다. 한국거래소는 황금 알을 낳는 주차장·상가 등을 수의 계약해 이익금을 임직원들에게 배당하고 수출입은행은 없는 직급을 만들어서 연간 1억 원을 지출했다가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금융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금융공기업 1인당 평균보수는 2014년 8천487만원으로 1년 전 8천508만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정부 견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보수를 가파르게 올리자 금융공기업이 다시 방만 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2년 전 3조5천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산업은행은 1인당 평균 보수 인상률을 6.1%로 적용하면서 1인당 평균 급여 1억 원 시대(1억178만원)를 열었다. 적자는 혈세로 메우고 이익은 자신들이 챙기는 이른바 '이익의 사유화·손실의 공유화'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3년 전엔 금융공기업 임원연봉이 공공기관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심상정의원(정의당)은 "공공기관 임원 연봉의 40%만 절감해도 연 소득 3000만원의 청년일자리 1000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논리라면 금융공기업 임직원들의 임금만 과도하게 올리지 않아도 청년일자리 수천 개는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금융공기업이 임금인상 잔치를 벌일 때 소득하위 10%의 극빈층은 1년 전보다 소득이 12.2% 감소한 월 84만원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가난한 사람은 한없이 가난해지는 나라에서 '땅 집고 헤엄치기 식' 경영을 하는 금융공기업 직원 월급은 극빈층의 10배인 800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누가 봐도 심하다. 정부는 분배와 정의만 외칠 것이 아니라 금융공기업의 과도한 연봉 인상부터 손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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