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군주시대의 왕은 권위와 복종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궁궐을 포함한 주위의 종묘, 공자 사당, 장군과 고관 출생지 등 일정지역은 금역(禁域)이라 해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고 이곳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리게 하는 하마비(下馬碑)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하마비는 그 앞을 지날 때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타고 가던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石碑)였다. 1413년(태종 13년)에 최초로 종묘와 궐문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을 세워놓았는데, 이것이 후일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또는 하마비라고 새긴 비석을 세우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대개 왕장(王將)이나 성현, 또는 명사나 고관의 출생지나 분묘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 선열(先烈)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렸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하마비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들끓었고 일반 평민들이 모이는 곳인 시정(市井)과는 달리 신분이 좀 높은 고급관리들이 모이는 장소였던 셈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마부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잡담을 나누게 되었고 이야기의 중심도 자연히 출세나 진급 따위의 「자리」에 관계된 것이 많았는데 이 수군거림이 하마평(下馬評)이다. 지난 29일 개각을 앞두고도 여전히 입각이 점쳐지던 인물에 대한 하마평이 인구에 회자됐다. 이사람은 이래서 안되고, 저사람은 저래서 안되고.... 하지만 김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할 비서진과 임기말 국정을 이끌어갈 새 내각은 짜여졌다. 각종 비리로 얼룩져 곤경에 빠진 국정을 쇄신하며 제대로 가동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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