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이지효 문화부장

아산시 배방읍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는 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의 것으로 발굴현장에서 은가락지도 발견됐다. / 박선주 단장 제공
아산시 배방읍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는 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의 것으로 발굴현장에서 은가락지도 발견됐다. / 박선주 단장 제공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을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한국전쟁. 이로인한 인명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2005년 12월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과 관련해 7천922개 사건을 150개 유형별로 나눠 조사해 1만6천572명의 희생자를 확인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다수 희생자 가족들이 미신청 상태로 남아있다. 반공을 앞세운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겪으면서 세상에 나서기를 꺼리는 유족이 많기 때문이다.

이때 조사된 충북의 희생지역만해도 청원 남이면 분터골, 및 지경골, 북이면 옥녀봉, 남일면 쌍수리 야산, 오창면 오창지서 앞 양곡창고, 단양 영춘면 곡계굴, 보은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방앗골, 영동 부용리 어서실, 영동 설계리 석쟁이재, 음성 대소면 광혜원 조리방죽, 옥천 금구리 골짜기, 옥천 군서면 월저리 말무덤재, 용머리바위, 용머리바위 500m지점 등 19곳에 이른다. 충남도 최근 발굴을 마친 아산 배방면 인근 금광을 비롯해 9개소나 된다. 전국적으로는 154곳이지만 발굴 가능한 곳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이미 시신이 훼손되고 위치확인 불가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한국전쟁기 중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 폐금광에 확살돼 매장된 유해발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0여구의 유해는 대부분 18세에서 24세의 부녀자와 두살배기를 비롯해 6세에서 9세의 어린이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 놀란 사실은 자국민(국군과 경찰)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라는 점이다.

2014년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과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는데 그 중 지방보조금 1억1천400만원을 지원해 직접 유해발굴사업을 지원한 것은 아산시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 이번 발굴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을 맞은 올해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전쟁 종결을 선언하고 평화의 시대로 나갈 것을 다짐했다. 진정한 평화와 화해, 교류와 협력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전쟁 중 아무런 이유없이 죽어간 많은 국민들은 유해 수습도 되지 못하고 억울한 희생자가 되어 아직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위원회는 2010년 이명박 정권에 의해 활동이 중단되면서 국가차원의 과거청산작업은 전면 중지됐다. 이후 국회에서 과거사법 개정안이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가 차원의 과거 청산작업은 중단됐지만 민간차원에서 계속적으로 입법운동이 활발히 전개됐고 과거청산을 대중화하고 사회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아직도 전국에는 150여곳의 유해 매장지가 방치된 채 인위적, 자연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이번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장을 맡은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도 "국가는 전국 산하에 방치된 유해들에 대해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희생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유해발굴조사에 나서야 하는 분명한 이유"라고 밝힌바 있다. 이제 국가가 나서 희생자 유골을 발굴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으로 남아있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