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설날, 도내 음성군에서 보기 드문 일대 장관이 펼쳐질 모양이다.
 전국 제일의 전통예절 시범군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음성군이 대한노인회 음성군지회와 함께 설날인 오는 12일 전 군민이 참여하는 세배드리기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관내 3백11개 마을 경로당과 9개 할머니방 등 모두 3백20개 경로당에서 60세 이상 마을 노인들에게 마을 주민 전부가 세배를 드린다는 내용이다.
 고유의 경로효친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음성군과 노인회가 기획한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우리는 정말 흐뭇한 풍경을 지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실한 농심 하나로 농촌을 지켜온 마을 사람들은 물론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가족들이 가깝고 먼 혈연 관계에 상관없이 순수한 공경과 격려를 교환하게 된다니 말이다.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친족과 웃어른을 찾아가서 문안하는 뜻으로 올리는 의례적 인사인 세배는 우리네 경로효친사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세시풍속이다. 새해를 맞아 심신을 일신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뜻을 담아 어른께 절을 올리는 행위는 집안 어른이나 마을 웃어른에 대한 한없는 존경을 표시한다. 여기에 절을 받은 어른들이 한 해의 행복을 빌고 발전을 축하하는 덕담을 내려 화답하는 것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풍경이다.
 예전에는 일가 어른이 먼 곳에 살고 있으면 수십리 길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리는 것이 예의였으며 세배할 줄 모르는 이는 교양없는 이로 취급했었다.「세배는 미나리꽃이 필 때까지」라는 말도 시기가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세배를 꼭 챙겨서 하라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설날 아침 먼저 가족에게 세배를 올리고 나서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다음으로 마을의 웃어른들을 찾아 다니며 세배를 드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설날 세배는 가족공동체에서 지역사회 공동체를 연결하는 공동체적 정서의 확산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이는 민족공동체를 이루는 한 바탕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속한 전개로 인해 이러한 풍속은 심각하게 훼손됐고 세배에 담긴 아름다운 메시지도 울림을 잃어버리게 됐다.
 지금도 차례를 모시기 위해 모인 가족들간의 세배풍속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개별 가족 단위를 넘어선 마을 단위의 세배 풍속은 많이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요즘 아이들에게 세배는 그 소중한 뜻을 음미하기 보다는 세뱃돈 타기 위한 행위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전 군민이 나서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겠다는 음성군과 노인회의 계획은 경로효친사상의 퇴색이 가속화되는 현실을 거스르는 모험적 시도라 할 만하다.
 핵가족 단위의 가족 이기주의와 타인의 배제를 근간으로 하는 무제한적 경쟁의식, 그리고 기성세대나 노인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배타적 감정이 심화되는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쳐서 우리 민족 고유의 겸손하고 정다운 품성을 한껏 고양시키겠다는 이 운동이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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