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운영 편집위원 = 6.25 62주년을 맞아 LA에서는 기념식과 함께 두 곳에서 한국전쟁 사진전을 열었다. 지난 18일 미주평통 LA 협의회 주최로 '6.25 동란 사진전'에 이어 9.28 수복 동지회(회장 안재득)와 육군종합학교 미주 전우회(회장 정봉용) 주최로 25일 오후(현지시간) LA 코리아 타운 갤러리아 2층 홀에서 '한국전쟁 사진전'이 열렸다. 전시회에는 참전용사들과 6.25를 체험한 많은 한인들이 찾아와 관람하며 비극의 그날을 떠올리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이날 전시된 사진들은 수복 동지회 안재득 회장이 미국에서 수집 소장한 사진들로 한국전쟁의 귀한 자료들이다. 전시회는 7월 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구걸하던 국민 검색중. 미 2사단 한국참전 쟌 취델 제공  2012.06.27 / 뉴시스
김운영 편집위원 = 6.25 62주년을 맞아 LA에서는 기념식과 함께 두 곳에서 한국전쟁 사진전을 열었다. 지난 18일 미주평통 LA 협의회 주최로 '6.25 동란 사진전'에 이어 9.28 수복 동지회(회장 안재득)와 육군종합학교 미주 전우회(회장 정봉용) 주최로 25일 오후(현지시간) LA 코리아 타운 갤러리아 2층 홀에서 '한국전쟁 사진전'이 열렸다. 전시회에는 참전용사들과 6.25를 체험한 많은 한인들이 찾아와 관람하며 비극의 그날을 떠올리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이날 전시된 사진들은 수복 동지회 안재득 회장이 미국에서 수집 소장한 사진들로 한국전쟁의 귀한 자료들이다. 전시회는 7월 2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구걸하던 국민 검색중. 미 2사단 한국참전 쟌 취델 제공 2012.06.27 / 뉴시스

셋째시간 셈본공부를 하고 있는데, 말이 부자연스러운 작은 형이 창밖에서 나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교감선생님이 담임을 맡은 국민학교 3학년 2반 교실은 교무실 옆 반쪽교실이다. 형이 찾는다고 말씀드리고 밖으로 나가서 영문도 모르고 형을 따라 집으로 달려간다. 둘째 형님의 전사통지가 왔다고 울고불고 야단이다. 집안이 온통 울음바다다. 67년 전 가을(1951. 10. 25. 00지구에서 사망)의 일이다.

형은 만 20세가 되는 6.25 한국전쟁 발발 이듬해 봄에 군에 입대해야 함을 알고 동갑내기와 동네결혼을 한지 달포 만에 전장으로 나갔다. 한동네에서 어깨띠(武運長久)를 두른 장정 다섯 명이 한꺼번에 출정을 하니 동네사람들이 아침 일찍 동구 밖에 모여서 힘차게 만세를 부르며 환송을 해줬고, 꼬깃꼬깃한 종이돈을 쥐어주며 굶지 말라기도 하고, 끌어안고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울면서 애절하게 당부도 한다. 어머니가 그랬고, 형수님도 그랬다. 아버지는 그 형들을 따라 면사무소까지 가서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서 왔다고 했다.

그렇게 떠난 형의 첫 소식이 본인의 편지가 아닌 붉은 글씨로 쓴 전사통지였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건너말 처가에서도 몰려왔다. 동네를 뒤흔드는 곡성이 온전한 초상집이다. 동네에서 처음으로 받은 전사통지다. 얼마 후 나무상자에 흰 천으로 포장한 유해가 면사무소의 운구요원에 의해 인편으로 도착했다.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골함을 보고 기절해 쓰러지기도 했다. 장례절차에 따라 삼일장을 치렀다. 일부러 방문을 열면 빤히 보이는 앞산자락에다 무덤을 만들고, 매일아침 대구도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다음해 정월에 유복자가 태어났다. 그 애(遺腹子)가 환갑이 한참 지나 손자를 봤고, 그때의 신부는 올해가 미수인데도 건재하다. 유해로 장사를 치렀음에도 혹시나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다림으로 자식 하나에 꿈을 담아 키우며 치가 떨리는 원수 같은 전쟁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려 왔다. 그러기를 육십칠 년이다. 어머니는 형님의 간이학교 졸업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재가 커서는 군대를 안가도 되는 세월이 되어야 할 텐데...' 이젠 6.25를 상기하며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연례다짐행사에도 참석할 기회가 없다. 특히 올해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종전이 되고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과 희망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우리가족은, 나 같은 사람들은,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기억하거나 제대로 배운 사람들은,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 '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수많은 동포들이 전장에서, 피난길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총칼 앞에서 무기력하게, 참으로 고귀한 목숨을 초개로 잃었고,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었고, 역사를 분질러 놓았고, 할 말도 잃었었다. 그 쓰라린 고통 참고 견디며 피땀으로 일구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니 복에 겨워 인고의 시절을 잊었는가? 함께 고생하여 오늘을 이룩한 모든 국민들, 정말 감사하고 존경한다.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민이니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천하수안망전필위(天下雖安忘戰必危)이며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에 '용서는 하되 결코 잊지는 말자.'는 말도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 통일을 이룩해 평화를 누려도 역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