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박물관은 관광의 필수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 여행길에선 루이왕조의 고궁인 루블 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루블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답게 여러 문화재를 섭렵하고 있다. 그림에 있어서는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비롯하여 렘브란트, 루벤스 등 거장들의 작품들이 그 큰 궁전을 꽉 메우고 있다.
 그런데 인상파의 작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작품들을 보려면 오르세 미술관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고흐, 고갱, 모들리아니, 마티스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이처럼 선진 외국의 박물관들은 대개 테마별로 운영되고 있다. 얼마전 부터는 박물관의 개념도 점차 바뀌고 있는 추세다.
 종래에는 박물관하면 흘러간 유물들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에는 유물의 화석적 전시가 아니라 어제의 일들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또 내일을 조망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서 시스팀을 도입하고 있다. 입체적 전시나 디오라마기법 등이 그 방법중 하나며 평생교육 차원에서 역사의 향기를 직접 느껴보는 역사문화체험 교실도 등장하고 있다.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은 이처럼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지역에 붙박이 별처럼 움직일 수 없는 박물관의 한계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키는 전시 일변도의 박물관 운영은 1회성에 그칠 우려가 다분히 있다. 박물관측에서는 전시 품목을 바꿔가며 신선감을 불러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번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개 『그거 다 본건데 뭐』라는 식으로 재차 방문을 꺼려한다.
 그래서 새로 등장한 것이 에코 뮤지엄(Eco-Museum)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에코 뮤지엄은 역사자료관을 중심으로 문화 현장을 연결시키는 새 개념의 박물관 형태다. 기존의 박물관이 「인 파이터」라면 에코 뮤지엄은 현장을 순환하는 「아웃 복싱」형태다.
 이런 이유로 「살아 있는 박물관(Live Museum)」, 「도시 통째로 박물관」「생활환경 박물관」등등의 별칭을 갖고 있다. 이 박물관은 교육생과 피교육생의 관계속에서 그 의미가 고착화되는게 아니라 현장투어를 하면서 주민이 박물관 운영의 주체가 되는 형태다.
 이 시스팀을 도입키로하고 청주역사자료관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청주시의 문화관광 정책은 2000년대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문화정책으로 평가되지만 걱정꺼리도 함께 안고 있다. 유적이 잘 보존돼 있는 로마같은 도시라면 「지역 통째로 박물관」개념 도입이 수월하겠지만 천년고도라 일컫는 청주에는 풍파와 전란을 겪으면서 청주읍성, 남석교 등 상당수의 유적, 유물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청주읍성, 남석교, 흥덕사 등 청주의 간판 문화재 복원이 이래서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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