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몸 아픈 것처럼 겁나고 두려운 일은 없다. 일단 건강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그 순간부터 무심한 듯 굴러오던 우리들 삶의 리듬은 일거에 무너지고 병과의 길고도 힘든 싸움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충북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유난히 병나는게 더 두렵다. 안그래도 서럽고 서운한게 환자 신세인데 유일한 제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이 극히 불안정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벌써 몇해째 도민들은 연례행사처럼 노사간 대립으로 파행운영되는 충북대병원을 지켜봤다. 특히 환자와 그 가족들은 서로간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번번이 극한대결로 몰아가는 충북대병원 사태로 인해 실질적인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노사가 해묵은 감정까지 얽혀든 대립국면을 연출하고 있을 때 적잖은 도민들은 안정되고 충실한 진료행위를 갈망하며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멀쩡한 3차 의료기관을 옆에 두고도 만일 이 곳에서 큰 병이라도 얻으면 어디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를 걱정해야 하는게 솔직한 도민들의 심경인 것이다.
 오는 27일 노조창립기념일 휴무 결정을 앞두고 노사가 다시 감정싸움을 재연한 끝에 결국 휴진키로 했다는 사실은 이런 도민들의 불신과 회의를 증폭시킬만 하다.
 외래 각과별로 6개월 전부터 예약된 환자 7백23명과 당일 수술 예정 환자 15~20명의 진료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이번 노조창립기념일 휴무는 단체협상에 따른 것이라 하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또한 하룻동안의 예고된 휴진이니 장기간의 파업에 따른 피해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충북대병원의 고질적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데 있다.
 휴무의 책임을 놓고 노사가 각자 상대방을 비난하며 감정대립을 연출한 것은, 지난 몇년간 장기파업에 따른 노사간 감정대립의 골이 여전히 깊어 언제라도 극한적인 맞대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1백51일간의 장기파업 등으로 인해 올해 2월분 직원 급여도 체불되는 등 충북대병원의 재정상태가 열악한 상태에서 휴무가 결정된 것은 충북대병원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기 충분하다. 노사가 뜻을 한데 모아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도 시원찮을 판국인데도 굳이 이런 결정을 내렸어야 하나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충북대병원이 유념해야 할 것은, 전국 국립대병원 어느 한 곳도 노조창립기념일에 맞춰 휴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 뿐만은 아니다. 현재 크고 작은 병을 앓고 있는 적잖은 환자들이 충북대병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혹시 병이라도 난다면 어떠한 경제적·시간적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충북대병원은 찾고 싶지 않다는 도민들의 불신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진료행위에 있어 의사와 환자간의 철저한 신뢰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백약이 다 무슨 소용일 것인가. 지금 충북대병원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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