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청주시내 주요 사거리 등에 후보들이 내건 선거 현수막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위부터 청주 우암사거리, 육거리시장 앞, 사직사거리. / 김용수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청주시내 주요 사거리 등에 후보들이 내건 선거 현수막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위부터 청주 우암사거리, 육거리시장 앞, 사직사거리. / 김용수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이 31일 막이 올랐다. 하지만 선거열기가 아직도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거센 바람도, 메가톤급 이슈도, 파괴력 있는 야권 후보단일화도 없는 3무(無)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선거 전날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 이목이 쏠리면서 지방선거는 뒷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수록 선거현장은 혼탁해지고 있다. 네가티브 선거 전략과 후보 매수설 등 혼탁한 양상이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지사 선거와 청주시장 선거다. 충북지사 후보 야권 단일화를 둘러싸고 불거진 후보 매수설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이 최근 자유한국당 박경국 후보 측에서 만들었다는 '야당 도지사 후보 간 협의 검토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하고 정무부지사직을 미끼로 신용한 후보 매수를 시도했다고 주장하자 박 후보는 31일 기자회견을 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박 후보가 진실을 외면한다면 추가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야당 후보가 선두를 추격하기도 바쁜 와중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고 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구태정치다. 대승적 차원에서 야권 단일화를 할 수는 있지만 특정직위를 내거는 식으로 거래한 것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청주시장 후보들은 3일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을 협약했다. 이는 후보자가 기한·재원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된 이후 공약이행과정과 결과에 대한 검증, 평가를 거침으로써 지역주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선거전에선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고발전이 전개되고 있다. TV토론회에서 거론된 옛 연초제조창 부지 매입가격과 시청간부의 뇌물수수 배후설 등으로 한범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영호 자유한국당후보·신언관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런 식이라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식 협약이나 다름없다.

그 나라의 선거문화는 지역주민의 정치수준을 보여준다. 불법이 판치고 비방과 음해등 흑색선전이 횡행하는 선거판에서 올바른 지방자치가 실현되기는 힘들다. 그나마 우리나라 선거풍토가 개선된 것은 예전보다 엄격해진 시민들의 의식수준 향상과 선거법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기 때문이지만 아직도 멀었다. 정당의 공천을 받아 광역·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할 정도라면 우리사회에서 경력과 능력을 웬만큼 인정받은 후보들이다. 이런 후보들이 선거판을 진흙탕싸움으로 만든다면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 대한 거부감만 생길 수 있다.

이젠 유권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후보매수설 또는 네가티브 공세로 유권자들을 현혹시켜 밑바닥 민심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지역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국가와 지역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이젠 상대방에 대한 음해성 전략으로 나서는 네가티브 선거운동보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포지티브 선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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