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신문이고 방송이고 온통 선거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 각 초등학교에서도 선거가 한창이다. 새 학기를 맞아 각 학급 반장을 뽑은 데 이어 전교 어린이 회장과 부회장, 5학년 부회장 직접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는 어른들 선거판을 뺨치는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공정한 원칙을 준수하면서 참된 일꾼을 뽑는 모범을 보이지 못한 어른들을 어린이들이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 회장선거를 비롯한 초·중·고교의 각종 선거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민주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일러줄 수 있는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교육기회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각급 학교의 선거철을 맞아 선거 관련 교육을 담당하거나 선거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미래의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이들에게 민주국가를 민주국가답게 하는 요체로서의 선거에 관해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태도와 자세를 길러주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초등학교 회장단 선거의 양상은 어른들 자신은 「바담 풍」 하면서 어린이들만은 「바람 풍」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일러준다. 선거 열기가 제법 달아오르면서 규정에 벗어난 선거운동이 이루어지거나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선거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어린이 회장단 선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선거전을 혼탁한 과열양상으로 몰아가는 일부 학부모들의 태도라고 하겠다. 자치를 실험하고 자율을 실천하는 어린이 회장단 선거의 취지를 잘못 인식, 자신의 과시욕을 개입시킴으로써 당선 제일주의의 그릇된 가치관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들은 유세준비를 시키기 위해 방학동안 자녀를 웅변학원에 보내는가 하면 선거전 친구들을 불러 간식이나 선물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회장선거에 무려 3백만원 이상 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돈」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어른 세계의 부당한 인과율이 동심을 장악하게 될 것이 심히 걱정스럽다.
 그런 만큼 각 학교에서는 좀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어린이 회장단 선거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민주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덕목과 소양을 기르는 중요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서 선거를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부정과 편법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관리를 강화하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올바르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어린이들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된 독창적이고 기발한 선거운동이 되도록 유도한다면 연례행사처럼 지나치는 어린이 회장단 선거가 진정한 자치 축제로써 승화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의 어린이 회장단 선거는 미래 한국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그같은 점에서 학교와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어린이 선거를 공정한 게임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미래 우리사회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자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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