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드니 흥덕사지에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도 개관 10주년을 맞는동안 많이 변했다.지난 1992년 3월 17일 개관한 고인쇄박물관은 정보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변신이 불가피했다.
 우선 방대한 자료를 전시할 공간이 비좁은데다 학예 연구실,수장고,세미나실 등의 확충이 절실했다. 이에 청주시는 고인쇄박물관의 증축에 따른 상당한 예산을 확보했으나 정작 증개축에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었다.
 그것은 흥덕사지 일대가 사적(제315호)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리의 주체는 청주시이나 사적으로 지정된 곳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의로 형질변경이나 증개축 행위를 할 수 없다.
 증개축을 하자면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의 승락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관련학계의 석학들로 구성된 문화재위회는 사적의 개발보다 보존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인쇄박물관의 증축은 예산을 확보하고도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목메이게 기다렸다. 증축을 못할 경우 관련 예산을 반납할 처지였으므로 여간 몸달았던게 아니다.
 가까스로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난 2000년 9월4일 고인쇄박물관은 증축을 거쳐 새 모습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직지 사이버 박물관을 개통했다. 인터넷을 통해 고인쇄박물관의 이모저모를 빠짐없이 살펴볼 수 있게 됐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홈페이지(www.jikjiworld.net)를 접속하기만 하면 인쇄의 역사,직지의 인쇄,흥덕사지 모습 등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직지관,금속활자관,고인쇄박물관,청주 그리고 흥덕사,전자 책(e-Book)체험 등 콘텐츠가 풍부하다. 또 이를 영어 페이지와 더불어 일어,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로 번역 소개하는 다국어 서비스 시스팀도 갖추고 있다.
 1377년,청주목에서 찍은 금속활자와 조상의 슬기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 세계를 항해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흥덕사지는「세계 인쇄문화의 메카」라 부른다. 필사본으로 일일히 베끼던 종래 방식에서 인쇄물을 통해 대량 전달,즉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일거에 바꾼 혁명적 사건이었다.
 그러므로 흥덕사지는「세계인쇄문화의 메카」라는 찬사이외에도 「세계 매스컴의 발상지」라 부른다 해도 무방할듯 싶다.
 구텐베르그의 활자발명은 지식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귀족사회 중심을 청산하고 시민사회,더 나아가 산업혁명을 이룩한 분수령이 되었던 것이다.
 이보다 70여년이 앞선「직지」가 2001년 9월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됨으로써 인쇄문화는 서양보다 동양,그중에서도 한국 청주가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이 공증된 셈이다. 문화도시 청주의 위상을 높일 여러 방안을 강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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