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신장을 위한 여성계의 지속적 노력에 힘입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 성폭력 문제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여성 장애인 성폭력 문제는 그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사회 전반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충북에도 여성장애인을 위한 전문 상담시설과 교육센터가 문을 열어 여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차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이날 개소식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충북여성장애인연대 부설 다울 사회문화센터와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는 사회적 불평등과 성폭력 및 가정폭력, 직장내 성희롱 등에 방치된 도내 여성장애인들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일 것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은 실로 심각한 실정이며 그 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 전반의 의식 개혁이 더이상 늦춰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 5개 도시의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가 발표한 통계 또한 이러한 현실의 심각성을 일러주고 있다. 여성장애인 성폭력은 비장애 여성의 성폭력과도 구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 첫째는 가해자 비율에 있어 44.4%를 차지하는 이웃을 비롯, 동급생과 선후배, 직장동료 및 상사, 근친 및 친인척 등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82.4%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성폭력의 일반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비장애여성의 경우 비율이 70%대임을 감안한다면 훨씬 높은 수치가 된다.
 또한 성폭력 피해가 피해자 집에서 발생하는 것이 30.3%로 가장 높으며 피해의 지속성에 있어서도 2회 이상이 33.8%, 1년 이상이 17.6% 등으로 일반 성폭력 피해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장애여성 중에서도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폭력 피해가 높았는데 서울 상담소와 청주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무려 73.8%로 그 취약성을 확연히 드러내 주었다.
 이러한 통계들은 장애여성의 성폭력을 성폭력 문제 일반과 분리해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이렇다할 정신적·육체적 장애가 없는 성인여성이라도 성폭력에 현명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터에 인지능력이 현저히 낮은데다 성폭력 피해 후 대처능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상황 때문에 성폭력에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피해자나 보호자들이 관련 사실을 문제삼으며 법적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피해자 진술의 어려움이나 법을 집행하는 이들의 인식부족, 편견 등이 오히려 피해여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세상의 모든 성폭력이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겠지만 특히나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장애를 갖고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횡포이자 만행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근절돼야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성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사회 일반의 관심 환기가 필수적이다. 무관심과 냉대의 벽을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감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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