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이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키며 당내 대통령 후보를 선출 하겠다고 도입한 국민경선제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의 개입)」논란과 색깔론과 사상논쟁에 이어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후보들의 독기(?)서린 설전을 보면 정말로 점입가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과정을 통해 그동안 제기 되었거나 주장돼온 각종 설과 논쟁중 어느것 하나 속시원히 사실로 밝혀진것 없이 「아니면 말고」또는 「치고 빠지는」식의 구태의연한 정치적 술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술자리에서 거론 됐다는 「주요 신문의 국유화」 「특정 신문의 폐간」등 노무현 후보의 발언에 대한 이인제 후보의 공격과 이를 해명하는 노무현 후보의 반격을 보면 모두가 배수진을 친 결전을 벌이고 있는듯 하다.
 민주당 국민경선장에서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을 놓고 피를 토하듯 하는 설전을 벌이는 것은 비록 이들 두 후보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갖고 있는 「언론관」은 국민들이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국민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은 각자의 「통치 이념」과 「언론관」등을 밝혀 정정당당하게 선출돼야 한다.
 그리고 각 정당이 선출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질 검증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정치적 술수가 아니라 성숙된 국민들의 민주시민 의식으로 판단하도록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실체 없는 설과 이념논쟁 및 언론관 등에 대한 공격과 반박으로 이어지는 파상적 언어의 공세는 국민들을 짜증 스럽게 할 뿐이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진실은 밝혀지기 때문이다.
 후한(後漢)시대 제 6 대 임금 안제(安帝) 때 양진(楊震)이란 사람이 있었다. 양진은 관서(關西)지방출신으로 일찍부터 학문에 전념하여 대단히 박학하고 아울러 인격이 충줄한 데다가 또한 청념결백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람들로부터 「관서의 공자」라고까지 칭송을 받았다.
 이같은 양진이 동래군의 태수(太守)로 임명 받아 임지로 가는 도중 창읍이란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이때 창읍의 현령으로 있는 왕밀(王密)이란 자가 남몰래 찾아와 『갑작스러운 일이라 마침 합당한 것이 없기에 이걸 가져왔습니다. 약소하나마 제 성의로 아시고 거두어 주십시오』라며 .슬며시 옷깃 속에서 황금 열 닢을 꺼내어 공손히 양진의 앞에 내놓았다.
 양진이 온화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거절하자 왕밀은 『이런 깊은 밤에 이 방안에는 태수님과 저 둘 뿐이 아닙니까. 오직 허물없는 옛정으로 너그럽게 받아 주십시오』라고 하자 양진은 『방안에 자네와 나, 두 사람 뿐이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는 말이네. 먼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또 자네가 알고(子知) 내가 알고(我知) 있지 않은가』라고 질책했다.
 「후한서」 양진전(楊震傳) 의 이 이야기를 오늘 우리모두가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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