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6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 비봉산 충혼탑에서 열린 제63주년 현충일 추념식장 제단에 유족과 시민들이 헌화한 흰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18.06.06 / 뉴시스
6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 비봉산 충혼탑에서 열린 제63주년 현충일 추념식장 제단에 유족과 시민들이 헌화한 흰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18.06.06 / 뉴시스

최근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숨진 장병들의 기사를 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 장병이라는 표현에 좀 더 자세히 기사를 살펴보니 병장, 상병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참.. 어리다. 젊다.'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동시에 온 힘을 다해 사랑으로 키운 자식을 군대로 보냈다가 죽은 자식을 돌려받은 부모의 무너지는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필자는 간혹 신문지상에 나오는 기사들을 단순히 기사로써 읽지 못하고 그 상황에 처해진 사람의 처지나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어 난데없이 울 때가 있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자주포 폭발사고로 숨진 장병, 다친 장병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난 후 그 먹먹한 마음이 아직 가시지도 전에 국가유공자 때문에 화가 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좀 자세히 표현해보자면, 지긋한 나이의 꽤 교양있는 어르신이 자신의 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가유공자들 때문에 시험에 붙기가 어렵다며 그 말 끝에 '너도 나도 국가유공자라..'는 식의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득 어쩌면 많은 국가유공자들이 알게 모르게 가산점 등 예우와 관련해서 원망어린 말을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누구나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사 등으로 국가유공자들을 접할 때는 나라가 당연히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다가, 막상 공무원시험 등 자신과 이해관계가 부딪칠 때는 국가유공자에 관해서 볼멘 소리를 하게 된다.

해마다 6월이면 국가유공자 지정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물론 누군가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려면 면밀히 판단해서 국가유공자 지정의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 복무 중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선언적인 다짐의 반복보다는 실제로 전 국민이 군 복무 중 신체에 피해를 입은 군인에 대해서는 당연히 국가로부터 피해를 보전받는다는 신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들어 국민들이 자주포 폭발 사고로 다친 얼굴사진과 함께 치료비 걱정에 전역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 또는 제대 이후에도 청년의 치료비를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관한 기사를 보기에 앞서 군 복무 중 다쳤지만 병원비 걱정없이 최선을 다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는 기사를 먼저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세간의 주목을 끄는 기사는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선진국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필자에게 선진국은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듯 나라를 위해 일을 하다가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마땅한 예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필자는 매년 6월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다짐해본다. 필자는 언젠가 어떤 시험, 그 외 어떤 일에 있어서 나의 이해관계와 국가유공자의 예우가 충돌하게 되더라도 '너도 나도 국가유공자여서 손해를 본다'는 볼멘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을 수 있도록 평소 국가유공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평소 너무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견물생심이라는 한자성어에도 불구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국가유공자 예우도 '도둑질은 안되'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인식되는 세상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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