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현철 사회부 기자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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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자주 접하게 되는 빨간 도장의 문양을 보고 우리는 흔히 '사람 인(人)'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의 구성원인 '사람'이 반영돼 새겨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레 유추되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히 틀린 풀이만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당시만 하더라도 원형 모양 안에 '사람 인(人)'이 들어간 도장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유권자가 선거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할 때 '점 복(卜)' 자가 각인된 기표 용구를 사용한다.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지난 1985년 이전까지는 원형 모양을 표시할 수 있는 물건이면 어떤 도구라도 기표 용구로 사용이 가능했다. 그 예로 전쟁을 겪던 1940년대 말부터 20여 년 동안은 탄피와 대나무가, 1970년대에 들어서는 플라스틱 볼펜이 주로 사용됐다. 이처럼 천차만별이던 기표 도구는 198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통일됐지만 모양은 여전히 원형 모양을 유지했다. 하지만 기어코 문제가 발생했다. 투표용지를 반으로 접을 경우 용지 반대편에 같은 모양으로 인주가 찍히면서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했는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기표도구에 문양이 추가됐다. 최초의 기표 도장의 문양은 '사람 인(人)' 자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좌우 구분이 어려워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람 인(人)'이 시옷(ㅅ)과 비슷해 당시 대선에 출마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현철 사회·경제부 기자
연현철 사회·경제부 기자

결국 여러 우여곡절 끝에 상하좌우, 대칭이 모두 구별되는 '점 복(卜)' 자가 문양으로 삽입됐다. 이처럼 선거 도장의 문양에는 무효표를 막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담겨있다. 이는 국민 한 사람의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점 복(卜)'은 '점을 치다'는 뜻을 지닌다. '미래를 점친다'는 의미는 '국민이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오는 13일, 국민 모두가 투표소를 찾아 대한민국의 미래가 올바르게 점 쳐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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