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충북을 바꿀 것인가
누가 충북을 바꿀 것인가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6.10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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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투표소가 마련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와 함께온 어린이가 엄마의 투표모습을 몰래 보고 있다. / 이정원
투표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지방선거에 '지방'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선거열기가 뜨겁게 끓어오를 시기다. 하지만 후보들만 때 이른 더위에 숨 가쁘게 뛰어다닐 뿐 벌써 파장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전드라마를 시청하기 힘들듯 하다. 4년 전 집권여당이 주도하는 판세에 '세월호 참사'이슈가 지방선거를 흔들었지만 이번엔 고공비행하는 청와대 지지율에 남북·미북 정상회담까지 겹쳤다. 국가적 이슈에 지방선거가 묻힌 격이다. 지방선거 후보도, 공약도 모르는 유권자가 많다. '지방'이 실종된 지방선거 향방은 불 보듯 뻔하다.

18년 전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당시 이원종 충북지사와 식사자리가 있었다. 달변인 이 전지사의 말을 듣다가 "재선에 자신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선거는 내가 아무리 강해도 상대가 더 강하면 지는 거고 내가 아무리 약해도 상대가 더 약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 있게 이겼다. 하지만 이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IT(정보기술)과 BT(생명공학기술)이다.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오송보건의료단지를 조성해 충북경제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그는 3선 도전을 과감히 포기했다.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대학(성균관대) 후배인 정우택 의원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하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

이 전지사가 재임 시 이시종 후보는 충주시장이었다. 유머감각이 풍부한 이 전 지사는 언젠가 이름이 비슷한 이시종 후보와 만나 "'원종'이 먼저냐 '시종'이 먼저냐"고 조크해 주변사람들을 웃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후보는 풍부한 경륜을 갖춘 인물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홍콩스타 임청하 주연의 '동방불패'를 빗대 '선거불패'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정통관료출신인 자유한국당 박경국(60) 후보와 젊은 패기를 앞세운 경제인출신 바른미래당 신용한(48) 후보에 비해 인지도에서 우위에 있다. 정당지지율도 비교가 안된다. 선거란 늘 이변의 연속이지만 야당후보들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같은 후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당선되는 것과 충북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가 되는 것은 별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한다'는 말은 철지난 광고카피가 아니다. 리더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기업과 나라의 운명이 바뀐 사례는 흔하다. 부정부패로 국가가 분열되고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파탄 난 나라는 많다. 무한경쟁 시대에 무능하거나 비윤리적인 CEO를 만난 기업도 자칫하면 도태된다. 우리나라처럼 지방분권이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일정한 행정시스템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누가 당선 되도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자치단체장을 잘못 뽑으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정체되거나 지역이 쇠락한다. 공무원들만 닦달하는 식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불통과 독선의 다른 이름이다. 반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합리적인 방안을 이끌어내는 '연성(軟性)의 리더십'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라면 지역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다.

'IT·BT'는 충북을 바꿔놓았다. 수도권에선 청주에 못지않게 오창·오송이 알려졌다. IT로 인해 오창산단의 정체성이 더욱 확장될 수 있었고 BT로 인해 오송의료단지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빈 깡통처럼 홍보만 요란하고 자기합리화로 지역주민을 현혹시킨다면 지역은 침체된다. 리더란 모름지기 실현가능한 '아젠다'를 설정하고 공무원·도민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현실화시켜야 한다. 25년 전 이원종 전지사의 선택이 충북의 경제생태계를 바꾸었다. 기업을 유치해 인구가 늘었다. 미래 먹 거리는 이런 것이다.

앞으로 지방분권이 확대되면 지자체간 우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찰스티브는 발로하는 투표(vote by feet)이론을 발표한바 있다. 그는 개인들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 쇼핑을 가듯 자신의 선호에 따라 거주지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분권체제의 효율성을 논리적으로 정리했다. 이를테면 살기 나쁜 곳에서는 인구가 빠지고 살기 좋은 곳에는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다. 지자체의 부침(浮沈)은 세월이 증명한다. 인구가 가파르게 몰리는 세종시를 보면 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국가이슈에 함몰돼 투표를 한다면 지역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지역현안과 인물, 주민이 지방선거의 주역이 돼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유권자의 慧眼이 필요하다. 과연 누가 충북을 바꿀 것인가. 유권자의 선택이 충북의 미래지도를 바꿀 수도 있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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