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일주일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TV 끄기 네트워크」가 정한 TV 끄기 주간이다.
 올해로 여덟번째를 맞는 이 주간은 지난 1995년 처음 시작됐다. 어린이들이 오랜 시간 텔리비전을 보기 때문에 부모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해지고 책을 덜 읽게 되며 폭력물 등에 지나치게 노출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TV 끄기 주간은 텔리비전을 끄는 대신 더 많이 생각하고 독서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을 권유한다. 가족간 대화를 차단하고 개인의 창조적인 사고력 증진을 방해하며 공동체적 활동을 가로막던 일종의 장애요인으로서의 텔리비전을 우리들 삶의 중심공간에서 일단 치워 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의 여백을 마음껏 창조적으로 활용하라고 제의한다.
 우리는 종종 TV를 「바보상자」라고 놀린다. 하지만 그 비아냥의 대상은 정작 텔리비전을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들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가치없는 정보와 과잉의 시청각적 이미지를 쏟아내는 현명하지 못한 매체라고 번번이 흠을 잡으면서도 그 막강한 영향력 아래 속절없이 굴복하고 마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자탄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텔리비전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만 보아도 그렇다. 텔리비전은 거실이건 방이건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 놓인다. 그리고 공간내 이용자들 시선이 가장 편하게 집중될 수 있는 곳에 자리잡은 그것은 텔리비전과 가족 구성원간의 「1 대 다(多)」 관계만을 용인할 뿐이다.
 그처럼 가족 구성원 상호간의 소통을 쉽사리 용인하지 않는 텔리비전의 구속력은 현대인을 텔리비전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TV끄기 네트워크」가 밝힌 미국인의 TV 시청 관련통계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경고로 읽혀지는데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 관련 통계가 심각하다.
 이에 따르면 미국 소아과협회가 권장하는 2세 이하 어린이의 주당 TV 시청 시간 0시간이지만 1세 어린이의 주당 TV 시청 시간은 6시간이었다. 2~7세 어린이가 부모없이 TV를 보게되는 비율은 81%였으며, 7세 이상은 95%였다. 2~17세 청소년의 주당 TV 시청 시간은 19시간 40분인데 반해 부모가 청소년 자녀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고작 주당 38.5분에 불과했다.
 이러한 통계는 현대인의 성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바로 텔리비전이며, 이는 자녀와 부모간의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단 한 주간만이라도 텔리비전을 끈 뒤, 가족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삶 자체를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TV 끄기 주간」은 우리 삶의 공간에서 주인과 노예의 위치를 원상태로 돌려놓자는 제안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텔리비전이라는 매체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텔리비전의 전제적 영향력으로부터 면역력을 기르고 이를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깨치는 것은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TV 끄기 주간은 이를 위한 의미있는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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