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판은 고스톱판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남 잘되는 꼴을 못봄이 그렇고,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로 고스톱은 자기 점수도 중요하지만 이기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려면 남의 약부터 깨는게 급선무이다.
그래서 한다는 고수(?)는 자신의 패 보다 상대 패를 읽는데 주력하게 되고, 서로가 점수를 얻지 못하도록 필요에 따라 수시로 합종연횡(合從連衡)의 공동대응 전략을 구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치판에 고스톱 룰을 적용하면 매우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최근까지 진행중인 대통령 후보들의 경선과정을 보아도 음모론과 색깔론, 필패론 대안론 등 여야 가릴 것 없이 후보자들은 타 후보를 깎아 내리는 데 혈안이다.
이렇듯 상대를 주저 앉혀야 상대적 우위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바라 본다면 고스톱판과 정치판은 조금도 다를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같은 놀이문화라고 하지만 서양의 포커는 게임의 진행방식이 고스톱과 딴판이다.
양측 게임 모두 남의 패를 읽어야 승리의 문턱을 넘볼 수 있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러나 고스톱은 상대방이 하려는 약을 깨는 등 다른 2명을 견제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반면, 포커판은 순서대로 자신의 패만 받을 뿐 상대를 견제할 방법을 애시당초 찾을 길이 없다.
그저 내 패가 잘들어 오길 바랄 뿐 남이 못되도록 하는 전략을 펼래야 펼칠 수는 없는 것이다.
계속할 것인지 그만 둘지의 여부도 추가로 받아든 카드와 함께 상대의 감춰진 패를 읽으며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정치인들은 그들이 즐기는 포커판과 마찬가지로 정치판에서의 선거운동 역시 남을 깎아 내리는데 주력하지 않는다.
이 보다는 스스로 정치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 과시해 가면서, 정책대결을 통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려 한다.
인류사회가 시작되면서 정치가 먼저였는지 놀이가 먼저였는지는 계란과 닭의 관계처럼 밝혀내기 힘든 일이나 세태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풍자적 측면에서 본다면 놀이문화 역시 정치문화에서 연유되었다는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실제로 세월 따라 변형되는 고스톱 문화 속에서도 세태를 읽어 볼수 있는 단면은 언제든 감지돼 왔다.
유신으로 상징되는 박정희대통령의 비명적인 횡사 이후 3김 시대가 도래되는 가 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전두환 정권.
그 시절 유행했다는 전두환 고스톱은 판쓰리를 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받아야 하는 피 대신 상대방의 아무 것이나 마음대로 가져가는 룰을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당시의 권력은 자기 멋대로 상대편을 주무를 수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통령의 세 아들이라는 이른바 홈삼트리오가 온나라를 벌컥 뒤집어 놓으면서 홍단을 하면 판돈을 다 쓸어가는 신종 룰이 고스톱판에서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고스톱이 권력의 무한남용을 꼬집는 행태였다면, 지금 거론되는 홍삼트리오는 권력의 최중심 주변에서 나라의 온갖 재물을 챙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비와 청탁은 궁극적으로 권력을 향해 손짓할 수 밖에 없다.
수사중인 모든 게이트가 청와대와 연관된 듯한 심증을 주는 시점에서 나타난 신판 홍삼트리오 고스톱은 무언(無言)의 민심이 핵심부를 겨냥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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