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기 칼럼]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T2 VIP 콤플렉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탄 차량이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로 향하고 있다. 2018.06.10. / 뉴시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T2 VIP 콤플렉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탄 차량이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로 향하고 있다. 2018.06.10.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지방선거를 대신 치러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싱가포르 세기의 담판에 묻혀 누가 선거에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이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중에서 나도는 얘기다. 지역의 참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과 이어 2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오늘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에 가려 선거분위기가 실종됐다.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여부를 놓고 세기의 담판이 선거직전 일에 열리는 만큼 세계의 눈은 온통 싱가포르로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쏠림 현상을 낳고 있다. 반면, 제1 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후보 알리기와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4∼ 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7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첫째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71.4%에서 0.9%포인트가 오른 72.3%로 조사됐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관련 소식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여론조사 기관은 분석했다. 특히 충청권은 계층·연령별로 50대와 30대, 20대, 그리고 진보층에서 지지울이 올랐다.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크게 못미친다. 그러니 "문 대통령이 선거를 대신 치러준다"는 유권자들의 말에 이해가 간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북미정상회담 기대감은 특히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한 기간내내 각종 언론에서 발표한 결과는 특정 정당후보가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무당파 유권자와 부동층의 표심을 흔들고 자극해 밴드왜건(편승)효과로 나타날 우려가 크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이 같은 여론조사에 불만이다. 보수 유권자들은 문 대통령 지지자가 주변에 거의 없는데 어떻게 70%를 웃도는 지지율이 나오느냐는 볼멘소리이다. 어쨌든 대형 이슈에 가린 이번 지방선거는 이미 맥 빠진 선거가 됐다. 지난 1995년 4대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이번처럼 정책과 이슈가 사라진 선거도 일찍이 없었다. 지방선거의 분위기 실종은 곧 유권자의 관심 부족으로 이어진다. 유권자의 관심 부족은 올바른 후보, 차선의 후보 등 옥석을 가려내는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 유권자의 무관심은 지역발전에 걸림돌이다.

나아가 지방분권 실현을 더디게 한다. 그토록 지역이 갈망한 분권 개헌은 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개헌 찬반 국민투표는 이미 무산됐다. 국회서 자동폐기된 개헌안 내용 중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단연 지방분권이었다. 지방분권 공화국 규정, 지방정부 명칭 부여, 지방조직권과 지방재정권 확대 등 지방분권 관련 사항은 지역 시민 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서 기대했지만 물건너 같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주민자치 실현은 어렵다.
 

임정기 국장 겸 서울본부장
임정기 국장 겸 서울본부장

전국 광역지자체장 17곳을 비롯, 220여 지자체의 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는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선거다. 유권자인 내가 소중한 한 표를 던지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지역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권자가 변하지 않으면 깊은 터널 속에 갇힌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없다. 유권자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집에 도착한 선거공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에 참여하자. 혹자는 북미정상회담에 가려 이미 선거가 끝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선거에는 시대정신이 투영된다.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은 물론 '주권재민(主權在民)'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이 평범한 진리가 분권을 앞당기고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며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케 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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