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7일 청주 복대2동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가경초등학교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인쇄된 모형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신동빈<br>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7일 청주 복대2동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가경초등학교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인쇄된 모형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신동빈

6.13 지방선거가 막판에 접어들면서 고질적인 병폐인 이전투구(泥田鬪狗)식 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후보 개인의 사생활 문제는 물론 후보사퇴를 위한 금품매수설이 등장하는가 하면 관권·흑색 선거등 비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국민적인 시선이 미·북 정상회담으로 쏠리면서 상대방을 흠집 내고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이 심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가짜뉴스'도 여전히 판을 친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각 후보 진영의 과열된 선거운동 행태에 대해 염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은 정책·공약 대결을 포기하고 의혹제기는 물론 폭로전에 나서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허태정 후보의 엄지발가락을 놓고 여야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는 연일 "시장은 능력과 함께 도덕성도 검증받아야 한다"며 허 후보의 엄지발가락 절단 배경과 장애등급을 받게 된 배경 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허 후보는 "발가락은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다쳤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한국당이 허 후보의 장애진단서 필적 감정 결과 2개 이상의 필체가 존재한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은 한국당 박경국 충북지사 후보가 자당 신용한 후보 매수를 시도했다고 폭로,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후보매수의혹은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선거의 소중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지사 선거는 한편의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와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과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여배우 스캔들 등을 언급하며 협공을 펼치고 있다. 불륜의혹 스캔들에 소설가 공지영 씨에 이어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 씨가 등장해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진흙탕싸움이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은 실종됐다.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우려된다.

어떤 선거든 네거티브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전략일 수 있다. 당선을 목표로 한다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드는게 선거판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후보자의 이면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을 위해 '인물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종반전에 접어들고 있는 이번 지방선거는 정책도, 공약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비방과 폭로만 부각되고 있다.

선거문화는 그 나라, 그 지역의 정치수준을 보여준다. 비방과 음해 등 흑색선전이 횡행하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올바른 지방자치가 실현되기는 힘들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위한 축제여야 하지만 지금 같은 선거풍토 속에선 유권자의 가슴에 회의감과 냉소주의가 가득해진다. 선거문화가 선진화되려면 후보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당선에 눈이 먼 사람들이 자치단체장이 되고 지방의원이 된다면 그 지역이 온전히 발전할리가 없다.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선거가 되려면 정당과 후보들의 옥석(玉石)을 가려 반드시 심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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