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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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주민번호 관련 사진 / 중부매일 DB

999072-1233119. 중소기업의 주민번호다. 

낯설어 보이지만, 이 13자리 숫자는 '중소기업의 태생'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지난달 열린 충북 청년채용박람회에서 중소기업의 주민번호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앞자리 999072는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99'는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99%)을 의미한다. 중소기업 사업체는 2018년 현재 58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에 달한다. 충북에는 11만 개로 전체 99.9%에 육박하고 있다.
 
'90'은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을, '72'는 중소기업 종사자 가족의 비중을 각각 의미한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1천512만명에 달한다.
 
중소기업 주민번호의 뒷자리 '1233119'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헌법 제123조 3항에 따르면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제119조 2항에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중략)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중소기업은 급여가 적고 복지가 약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선입견이 예나 지금이나 팽배하다. 단지 '중소기업이라서' 입사를 꺼리는 구직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충북 '인재육성형 기업'을 취재하다보니,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에, 과감한 교육 투자를 통해 직원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함께 이끌고, 회사의 수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중소기업들이 있었다. '회사성장의 원동력은 인재'라는 오너의 마인드가 단연 돋보였다.
 
이런 기업이야말로 '오래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알짜배기 직장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다.
 

[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김미정 경제부 차장

중소기업의 주민번호를 다시 들여다보자. 99%에 달하는 중소기업, 90%의 중소기업 종사자, 72%의 종사자 가족, 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잘돼야 하고, 중소기업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1%의 대기업과 99%의 중소기업의 불균형 경제구조이지만, 중소기업이 자부심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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