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을 잃고 표류하던 충북 교육호가 드디어 새 수장을 선택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독하게 일 하기로 소문난 김천호 가경초교장이 오는 2003년 12월까지 충북교육을 책임질 제11대 교육감으로 선출됐다.
 교직에 첫발을 들여놓은지 40년만에 충북교육의 총수가 된 신임 교육감의 소회와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좌초직전의 충북교육호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던 도민들로서는 넉넉한 축하보다 성급한 당부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경이다. 그만큼 신임 교육감에게 걸려있는 도민의 기대와 걱정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신임교육감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는지라 「충북교단의 안정」을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김영세 전 교육감의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한 일련의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와중에 이리 저리 분열되며 갈등의 깊은 골이 패였던 충북 교육계의 상처를 빠른 시일내 치료하고 통합하는 소임이 막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때문이다.
 이같은 점에서 우리는 신임 교육감이 「열린 교육감」을 자임하고 나선데 주목한다. 1만 5천여 교육가족은 물론 도민 누구와도 열린 생각으로 무릎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은 광범한 합의를 토대로 충북교육의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느슨해진 교육계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학생이 행복한 학교 ▶교직원이 보람을 갖는 학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만족하는 웃음이 가득한 충북교육을 목표로 하는 「젊은 교육」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신임 교육감이 40년전 교단에서 새기던 초발심을 잊지 않고 이러한 대도민 약속을 헌신적으로 지켜낸다면, 도민 모두가 열망하는 충북교육의 명예와 자존심 회복은 물론 충북교육의 일류화도 공허한 구호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임을 믿고 싶다.
 하지만 전임 교육감과 관련한 사태의 후유증과 파장은 이러한 기대와 희망에도 신중한 경계심을 얹어주고 있다.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던 지리한 공방으로 인해 교사와 교육관료들은 사기가 저하돼있고, 도민들의 불신 또한 상당히 깊다. 더러는 주저 앉아있고 더러는 팔짱끼고 방관하며 냉소하는 교사들을 다독여 충북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도민들의 신뢰감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의 중차대함은 신임 교육감에게 좀 더 치열한 각오와 다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신임 교육감에게 주어진 1년 8개월은 어찌보면 한없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원대한 교육이념을 구현하고 산적한 현안들을 모두 해결하려는 의욕을 제대로 펼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한정된 시간 동안 일의 경중을 가려 순서를 정하는 현명함과 결단 또한 요구된다고 하겠다.
 김천호 신임교육감은 충북교육의 희망을 찾는 일이라면 고정관념을 과감히 깰 것이며, 권위를 버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굳은 신념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한없이 엄격한 교사였던 그가 그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도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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